[책과 길] 은퇴 현실, 생각보다 더 끔찍하다

입력 2016-08-19 04:43

은퇴는 절벽이다. 은퇴 이후 빈곤이라는 낭떠러지가 기다린다. 더구나 은퇴 시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6세, 52세 성인 남녀의 기대여명은 평균 32.2년이다. 52세 은퇴자 중 서울 거주 2인 가구 기준 8억8000만원 정도로 추정되는 남은 30년의 생활비용을 준비해놓은 경우란 극히 드물다. 대다수 은퇴자는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데, 은퇴 후 가질 수 있는 일의 세계란 게 참혹하다. 은퇴 준비가 잘 돼 있다는 일본에서도 노년빈곤, 노후파산 문제가 심각하다.

기업 경험을 거쳐 비영리부문으로 건너와 사회적금융을 주제로 활동하고 있는 문진수씨의 책 ‘은퇴절벽’은 한국의 은퇴 현실에 대한 성실하고 종합적인 보고서이자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이면서도 신뢰할만한 조언들을 들려준다.

대한민국에서 은퇴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참혹하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실질적인 은퇴 나이는 72.9세, 여성은 70.6세로 세계에서 가장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나라 1위다. 한국은 장시간노동으로도 유명하니까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다가 죽는 셈이다.

책 뒤에 수록된 참고문헌 목록이 꽤 길다. 안이하게 쓴, 뻔한 얘기들을 늘어놓은 책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새로운 인생 곡선, 정점은 50세’ ‘10년 계획을 세우라’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빚’ ‘친구와 함께, 동업과 협동조합’ 등 개인적 차원에서 유용한 조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은퇴자들이 정치 참여와 세대 연대를 통해 제도적 장치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