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후보지’ 투쟁위 내부 갈등… 韓 “요청오면 검토”

입력 2016-08-17 18:21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간담회를 마친 뒤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주민이 물병에 든 물을 두 차례 뿌렸으나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간담회에서는 사드 배치 ‘제3 후보지’가 거론됐고 이에 한 장관은 “지역 의견으로 말씀을 주시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주=구성찬 기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간담회에 앞서 성주군 대표단에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인사말에서 “사드 배치 부지 발표 전에 군민들에게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성주=구성찬 기자
17일 오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투쟁위) 간 간담회에서 ‘제3후보지’가 거론됐다. 투쟁위원 한 명이 제3후보지를 공식 거론했고 이 지역 국회의원인 이완영(고령·성주·칠곡) 의원은 한 장관에게 이를 검토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지역 의견으로 말씀을 주시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제3후보지’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방부가 답사를 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이 유력 후보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롯데가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 인근 임야가 해발 680m로 고지대인 데다 주변에 민가가 드물다는 이유로 사드를 배치할 ‘제3의 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곳은 성주군청에서 북쪽으로 18㎞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성주군청에서 열린 국방부와 투쟁위 간 간담회는 예정보다 10분 늦은 오후 2시10분부터 시작됐다. 한 장관은 시작에 앞서 “부지 발표 전에 군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해 거듭 죄송하다”며 사과부터 했다. 한·미 군 당국이 지난달 13일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이후 35일 만에 열린 첫 간담회다.

간담회에는 한 장관 등 국방부 관계자 10명과 김관용 경북지사, 김항곤 성주군수,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등이 함께 자리를 했고 투쟁위와 군민 30여명이 참석했다.

이어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 자리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제3후보지’가 거론됐다. 당초 투쟁위원들 사이에서 제3후보지에 대한 ‘공식 논의는 하지 않기로’ 합의됐었지만 간담회 도중 투쟁위원 중 한 명이 이를 공식 거론한 것이다. 이어 이 의원이 한 장관에게 제3후보지 검토를 공식 요청했고 한 장관은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제3후보지’라고만 했지 구체적인 지역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당초 약속을 어겼다”며 투쟁위원 1명이 회의장을 뛰쳐나가는 등 소동이 빚어졌지만 이내 간담회는 계속됐다. 하지만 투쟁위원 사이에서 갈등이 표출되는 등 분열양상을 보여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오후 4시10분쯤 간담회를 마친 한 장관이 군청을 떠나려 하자 한 주민이 물을 두 차례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들이 “장관을 곧게 보내주자”고 만류해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에 앞서 한 장관은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린 뒤 차량으로 이동해 오후 1시35분쯤 성주군청에 도착했다. 한 장관과 함께 국방부 등 정부 관계자 10여명이 동행했다. 성주군청에는 투쟁위와 군민 100여명이 “사드 반대”를 외치며 한 장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사드 반대’ 등의 내용이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든 채 한 장관이 들어가는 군 청사 앞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한 장관이 군청에 모습을 나타내자 이들은 “한민구 물러가라” “미국 장관 물러가라”고 외치며 비난했다. 하지만 몸싸움 등 불미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장관은 인파 속을 헤치고 성주군청 5층 대회의실로 향했다. 지난달 15일 황교안 국무총리 방문 때와는 달리 질서가 잘 잡힌 모습이었다.

최근 제3부지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인근 부지가 급부상하면서 이 장소와 인접한 김천 농소면, 남면, 조마면 주민 60여명도 사드 반대 입장을 전하기 위해 성주를 찾았다.

성주=김재산 최일영 기자 jskimkb@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