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난 결핵 백신… 급한 불 껐지만 국산화까진 불안 되풀이

입력 2016-08-17 18:45 수정 2016-08-17 21:11

지난 6월 둘째 아들을 출산한 정모(38)씨는 병원으로부터 결핵(BCG) 피내용(주사형) 백신을 맞힐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내용과 경피용(도장형) 중 국가 권장 백신에다 비용도 무료인 피내용을 골랐지만 공급이 없어 보건소에서 맞혀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보건소에 백신은 있었지만 기다려야 했다. 40일 정도 후에야 접종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정씨는 결국 병원에서 경피용 백신을 맞혔다. 정씨는 “예방접종 권고 시점이 1개월 이내로 돼 있어 돈이 들더라도 그냥 맞혔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공급량이 달리면서 불거진 ‘결핵 백신 대란’에 숨통이 틔게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BCG 피내용 백신이 일본으로부터 수입됨에 따라 예방접종이 예약대기 없이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하지만 수입처를 추가로 확보하는 수준에 그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BCG 자급화 전까지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들여온 피내용 백신은 1앰플에 20명이 접종할 수 있는 다인용 백신으로 모두 2만 앰플이 수입됐다. 약 4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 신생아에게 1년 정도 접종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는 42만5000명 정도로 이 중 20만명 정도가 피내용 백신으로 접종했다.

그간 국내 BCG 피내용 백신은 전량 덴마크 제조사(SSI)에 의존해 수급 불안이 반복됐다. 지난해 SSI가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생산 일정이 불투명해져 백신 수입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해 9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피내용 백신 접종이 불가능해지기도 했다. 접종이 재개된 후에도 사전 예약을 해야 접종할 수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생후 89일까지는 결핵감염검사 없이 바로 접종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BCG 접종 권고 시한(1개월)을 넘기기 꺼리는 부모들은 비용이 들더라도 도장형으로 접종했다. 2014년에도 SSI 사정으로 수입이 늦어져 수급 불안이 발생했다.

일본으로 공급처를 늘렸지만 이번 백신은 보건소에만 공급돼 민간 병원에서는 여전히 피내용 백신을 접종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수급 불안이 반복될 수 있어 백신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건소에만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해당 백신의 국내 생산 전까지 수급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BCG 피내용 백신 자급화 시점을 2014년, 2015년으로 계속 늦춘 후 현재는 2020년까지 자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생산 시점 자체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공급처 사정에 따라 수급이 요동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세계적으로도 수익성 문제 때문에 피내용 백신 생산 자체가 줄고 있어 공급량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백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예방접종 백신 28종 중 11종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