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부산 광주 대구 경남 등 4개 지방은행에서도 ‘사잇돌 중금리 대출’이 시작된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은행권에서 연 6∼10%대 중금리를 다루는 상품이 늘고 있지만 은행으로서는 연체율 상승 등 대출의 질이 낮아질까 고민한다. 수수료율이 낮아진 카드사들은 기존 연 15% 내외의 카드론 영업을 대폭 늘려 상반기 순익을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의 질 또한 나빠지고 있다.
금융위는 17일 4개 지방은행 사잇돌 대출 확대 실시를 발표하며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6일까지 30영업일 사이의 실적을 공개했다. 신용등급 4∼7등급이 다수며 1인당 1047만원을 빌렸고, 금리는 6∼8%가 가장 많았다. 5795건에 총 606억9000만원이 지원됐다고 밝혔다. 9개 주요은행 전국 지점과 일부 모바일 채널이 동원된 기록치고는 많은 편은 아니다.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건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부실 우려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이다 보니 연체 우려가 상존하며, 서울보증에서도 실제 접수된 대출의 50% 정도만 승인을 내주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 4∼7등급 가운데는 신용등급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사람도 있는 등 다중채무자가 많은 현실이라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금융위가 금융 관련 꿀팁으로 신용등급부터 챙기라고 조언한 이유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사잇돌 대출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경우 이달 말까지 세부사항을 정해 별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 고금리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사의 카드론 취급액이 17조3772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7866억원)보다 10.1%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한카드가 3조947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증가율 면에서는 하나·신한·삼성카드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15∼16%가량 많은 실적을 올렸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카드사들은 최근 카드론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17%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저신용자·서민들의 부담이 크다. 특히 지난 2월부터 은행권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12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글=우성규 백상진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중금리’ 상품 늘어… 대출 質 악화 우려
입력 2016-08-17 18:53 수정 2016-08-17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