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중동 밀월’ 시작?

입력 2016-08-17 18:33 수정 2016-08-17 21:43
러시아 장거리 폭격기 투폴레프(Tu)-22M3가 15일(현지시간) 이란 서북부 하마단 공군기지에 착륙해 있다. AP뉴시스

러시아가 16일(이하 현지시간)과 17일 이틀 연속 이란의 공군기지를 빌려 시리아 반군을 공습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장거리 폭격기 투폴레프-22M3, 수호이-34 전폭기는 이란 하마단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시리아 알레포, 데이르에조르, 이들립에 있던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시설을 타격했다. 이란이 외국군의 군사작전에 영토를 빌려준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NYT는 강조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27명이 사망했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국영 IRNA통신에 “러시아와 이란은 테러리즘을 격퇴하기 위해 군사시설을 공유했다”며 “시리아에 있는 테러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두 국가가 협력하면서 러시아가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슬람의 양대 세력인 시아파의 지지를 배경으로 영향력을 키우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수니파 종주국은 미국과 우호관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다. 반면 이란은 시아파를 대표하는 국가다.

시리아에는 러시아 공·해군 기지가 있었으나 지난 3월 병력 대부분을 철수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부터 IS 등을 격퇴한다며 시리아 내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해 정부군을 지원했다. 이란 기지에서 시리아까지 거리는 643㎞에 불과해 공격력과 수송능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지난 9일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를 회복한 터키까지 끌어들여 중동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러시아·터키·이란 3자 협력체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