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 최전선 ‘붕괴’… 駐英 공사, 한국 망명

입력 2016-08-17 18:07 수정 2016-08-17 21:32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55·사진) 공사가 가족과 함께 제3국 망명을 신청한 뒤 최근 국내 입국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근 태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며 “현재 정부 보호 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라며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 최고위급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탈북 동기에 대해서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 때문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태 공사의 입국 경로와 입국 시기, 가족관계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와의 외교 문제, (태 공사 가족 등의) 신변보호 문제가 있어 상세히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 등 현지 언론들은 망명을 신청한 북한 외교관이 주영 대사관의 공사(Minister) 또는 부대사(Deputy to the ambassador)로 통용되는 대사 바로 아래 직급의 ‘태용호(Thae Yong Ho)’이며, 주로 선전·홍보 업무를 담당해 왔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태용호’가 가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 공사는 10여년 동안 영국에서 부인, 자녀들과 함께 지내오다 몇 주 전 런던 서부 거주지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도 대북 소식통을 통해 북한군 장성급 인사와 외교관의 탈북설이 전해진 바 있으나 이 외교관이 태 공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BBC는 태 공사가 주로 북한의 이미지를 영국에 홍보하고 북한 정권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일을 담당해 왔다면서 “(탈북 소식에서 확인할 수 있듯) 태 공사가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독재국가인 조국을 방어하는 자신의 임무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