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대거 불참… 이정현 리더십 ‘험로’ 예고

입력 2016-08-17 18:26 수정 2016-08-18 01:15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발언권을 건네고 있다. 왼쪽부터 심 부의장, 이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김지훈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중진의원들이 대거 불참했다. 참석 대상인 4선 이상 중진의원 21명 중 8명만 참석했다. 당 안팎에선 3선인 이 대표가 계파를 아우르는 중진의원 끌어안기에 애를 먹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연석간담회에서 저조한 참석률을 의식한 듯 “한창 휴가철이고 의원 외교도 나간 분이 많아서 서울에 있는 분들을 위주로 모셨다”고 말했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륜도 부족하고 당선 수도 부족하기 때문에 자문하고 의견을 구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전원 참석했다. 하지만 중진의원은 5선의 심재철 정갑윤 의원, 4선의 강길부 김재경 나경원 신상진 정우택 조경태 의원 등 8명이 참석했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를 각각 대표하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서 의원은 휴가를 겸해 강원도에 머무르고 있고, 김 전 대표는 충북 지역에서 현장 민심을 듣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최경환 유승민 의원 등 다른 중진의원들도 개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8·9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경합했던 이주영 정병국 주호영 한선교 의원도 불참했다. 한 중진의원은 “당권 경쟁을 했던 내가 회의에 나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일이 되겠느냐”고 했다.

당내에선 계파색이 서로 다른 중진의원들의 중지(衆智)를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가 친박 주류 지원으로 당권을 잡았지만 ‘독자 세력’을 갖추지 못한 점도 당 장악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거론된다.

이 대표는 또 여의도 당사에서 원외당협위원장 회의를 갖고 총선 참패로 비중이 높아진 원외 인사들을 끌어안는 데 힘을 쏟았다. 원외당협위원장 100여명이 참석한 회의에선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성헌 전 의원은 전날 개각 발표에 대해 “단 한 신문도 잘한 인사라는 평가가 없는데 당에서는 잘된 인사라고만 평가하더라”며 “당이 쓴소리를 하고 필요한 주장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당 지도부가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 당시)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을 뵙고 말씀을 듣고 식사할 수 있도록 건의를 올렸다”고 했다. 아울러 차관급인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김을동 전 의원의 제안에 적극 호응했다.

이 대표는 원외당협위원장을 당직에 과감히 기용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날 발표한 당직 인사에서도 원내외 균형 원칙을 적용했다. 국민공감전략위원장에 비례대표인 김성태 의원을, 디지털정당위원장에 경기 광명을 조직위원장인 주대준 전 카이스트(KAIST) 부총장을 내정했다.

김경택 이종선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