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 한국의 부진, ‘생활스포츠’ 영국의 약진

입력 2016-08-17 18:09 수정 2016-08-17 21:33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1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패한 뒤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지 김해란 김연경 양효진 선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후반부 금맥을 뚫지 못하고 있다. 모든 종목을 석권한 양궁을 제외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당초 목표로 삼았던 ‘10·10’(금메달 10개, 종합 10위) 전망은 어두워졌다. 2012 런던올림픽 종합 5위에 올라 엘리트 스포츠 육성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던 한국의 입지는 불과 4년 만에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 16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수확했다. 종합순위는 11위로 하락했다. 지난 6일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수확하고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뒤 가장 낮은 순위다. 금맥은 나흘이나 끊어졌다. 지난 12일 구본찬(23)의 남자양궁 개인전 금메달이 마지막이다.

그동안 올림픽 후반부에 한국의 종합순위를 지탱했던 탁구, 배드민턴 복식,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은 모두 노골드로 끝났다. 폐막일인 21일까지 앞으로 남은 닷새 동안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5체급에 출전한 태권도, 단일 종목인 여자골프 정도다. 한국의 종합 10위권 전망이 어두워진 이유다. 양궁의 금메달 4개를 제외하면 한국의 종합순위는 20위권 밖으로 밀린다. 1988 서울올림픽(금 12개, 종합 4위)을 제외하고 사상 최고 성적을 낸 런던올림픽(금 13개, 종합 5위)과 다른 흐름이다.

남자 축구, 여자 배구·핸드볼·하키 등 단체 구기종목은 8강 이전에 전멸했다. 단체 구기종목 노메달은 1972 뮌헨올림픽 이후 44년 만이다. 한국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을 시작으로 핸드볼 하키 야구 축구 등에서 꾸준하게 메달을 수확했다. 단체 구기종목은 예선부터 결선까지 하루 만에 결과가 나오는 개인종목과 달리 풀리그와 토너먼트를 진행하면서 올림픽 기간 내내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까지 했다. 하지만 리우올림픽에서는 모든 종목의 조기 탈락으로 찬물을 뿌렸다.

해외파의 기근으로 견문이 좁아진 결과다. 꾸준히 메달권으로 진입했던 여자핸드볼의 경우 해외파가 전무하다. 여자배구는 김연경(28·페네르바체)을 제외하고 모두 우리나라 리그에서` 뛰고 있다. 김연경은 8강에서 탈락한 뒤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을 때마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중국 일본 중동 등 아시아 리그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린 올림픽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도 이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 등 와일드카드 선수들은 제몫을 다했다”고 했다.

한국의 추락은 영국의 상승과 대조적이다. 영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기존 3강을 위협하는 올림픽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영국은 리우올림픽에서 수영 다이빙 사이클 승마 조정 체조 테니스 골프 등 다양한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확해 중국과 2위를 다투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을 이루는 생활체육과 클럽스포츠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다.

2004 아테네올림픽까지만 해도 종합 10위 수준이던 영국은 여러 종목에 투자하면서 2008 베이징올림픽 4위, 런던올림픽 3위로 급상승했다. 모든 종목 선수단을 통틀어 3억5000만 파운드(4945억원)를 투자한 리우올림픽에서도 후반까지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