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영국발(發) ‘골드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에 그치며 종합 36위에 이름을 올렸던 나라가 20년이 지나 미국 다음으로 금메달을 많이 가져가는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영국의 금메달은 주요 종목에 그치지 않는다. 수영 조정 사이클 체조 다이빙 승마 테니스 골프 등 다양한 종목에서 금빛을 봤다. 20년 동안 영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중국 위협하는 영국, 목표 초과 달성
영국은 16일(이하 현지시간)까지 금메달 19개 은메달 19개 동메달 12개로 총 50개의 메달을 가져갔다. 15일에는 중국을 3위로 밀어내고 종합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51개의 메달을 따냈지만 금메달 숫자가 17개로 영국에 밀렸다.
영국이 리우올림픽에서 세운 메달 목표 개수는 색깔 구분 없이 최소 48개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달성한 47개(금19 은13 동15)를 넘어서자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대회 폐막 5일을 앞두고 목표는 이미 초과 달성됐다. 이젠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달성한 최고 성적(종합 3위)마저 갈아 치울 기세다.
이 같은 골드러시는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생활체육과 클럽스포츠가 강했던 영국은 20년 동안 단계와 시기를 나눠 올림픽 메달을 따내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전통적인 강세 종목 말고도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이 나오기 시작했다. 엘리트 스포츠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 리우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에 성공한 양궁이 없었다면 종합 20위권 밖으로 밀려났을 게 분명하다.
과감한 투자, 포상, 선택과 집중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 ‘우리나라는 어떻게 많은 메달을 거두었나’ ‘영국의 리우 골드러시에 숨겨진 다섯 가지 요소’ 등의 기사를 통해 리우올림픽 선전 원인을 상세히 분석했다. 신문은 영국체육협회(UK Sport)의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결론지었다. UK Sport는 복권기금과 세금으로 스포츠에 투자할 돈을 마련했다. 4년 전 런던대회 때보다 11% 증가한 3억5000만 파운드(약 4945억원)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올림픽과 패럴림픽 등 종목에 투자한 것이다.
투자도 특정 종목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이뤄졌다. 하지만 특정 종목에 심혈을 기울이는 과감한 선택도 크게 작용했다. 메달 가능성이 없는 종목의 투자는 줄였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주름잡는 농구, 중국이 쥔 탁구다. 반대로 많은 메달이 걸려 있음에도 경쟁이 덜한 종목은 과감하게 지원했다. 그중 하나가 사이클이다. 지난 4년간 사이클 종목이 지원받은 예산은 2400만 파운드(약 353억원)를 넘어섰다. 그 결과 영국은 이번 올림픽 사이클에서 전체 10개의 금메달 가운데 6개를 휩쓸었다. 미국이 수영, 러시아가 육상에서 메달을 독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효과를 올린 셈이다.
골프 테니스 체조 등에도 투자가 이어졌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영국에 메달을 안긴 기계체조는 2000년 시드니대회 때만 해도 590만 파운드를 지원받았지만, 이번에는 2.5배 넘는 1460만 파운드가 투입됐다. 맥스 위트락(23·영국)은 대회 남자 기계체조 마루와 안마에서 최고점을 얻어 2관왕에 올랐다.
메달리스트에 대한 포상 또한 남다르다. 영국은 올림픽을 비롯한 패럴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에게 1년에 2만8000파운드(약 4030만원)를 지급한다. 물론 이는 투자 명목으로 마련된 기금에서 차감된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에게도 포상이 있다. 올림픽 8강 이내 성적을 거두면 2만1500유로(약 3100만원)를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적을 내지 못해도 미래의 메달 유망주들에게 1년에 1만5000파운드(약 2160만원)를 지급한다. 영국의 포상제도는 말 그대로 투자와 같다. 메달리스트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한국의 포상 개념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英의 ‘골드러시’… 中 밀어내고 ‘넘버2’ 노린다
입력 2016-08-17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