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된 ‘건국 68주년’ 표현을 둘러싼 건국절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로 보느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로 보느냐의 해묵은 논쟁이다. 새누리당은 이참에 8월 15일을 ‘광복절 겸 건국절’로 지정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임시정부 법통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때까지는 이 같은 논쟁이 없었다. 보수, 진보 간에 본격적인 논쟁이 불붙은 건 2008년 5월 이명박정부가 국무총리 산하에 ‘대한민국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해 광복절, 야당의 반발 속에 ‘건국 60주년 기념행사’를 강행하면서부터다. 물론 김대중·노무현정부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건국’으로 간주한 적이 있다. 김대중정부는 취임 첫해인 1998년을 ‘대한민국 50년’으로 규정하고, 50주년 기념주화까지 발행하는 등 대대적인 행사를 벌였다. 재임 중 ‘광복 50년’이나 ‘광복 60년’ 행사를 할 수 없어 이런 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연혁은 제헌헌법에 상세하게 정의되어있다. 제헌헌법 전문은 “대한국민은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수립으로 ‘건립’됐고, 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민주독립국가로 ‘재건’됐다는 말이다. 이승만정부가 제헌헌법 전문이 실린 관보 1호를 발행한 48년 9월 1일을 ‘대한민국 원년 9월 1일’이 아닌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연호를 표기한 이유다.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우익 민족진영에 반해 이를 부정한 좌익세력의 망동에 대한 당연한 대응이었다.
건국절 찬성론자들은 국제사회 승인을 받지 못한 임시정부를 국가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견해를 따를 경우 ‘대한국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현행 헌법 전문과 배치된다는 반론 제기와 더불어 임시정부 주도 하에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항일운동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론자 또한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건국절 관련 국회 토론을 제의했다.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결론 없는 소모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십중십(十中十)’이다. 건국절 논란은 남남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갈등을 해소할 능력이 없으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광복절’ ‘정부수립일’로 기념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사설] 때아닌 건국절 논쟁, 쓸데없는 갈등 부추길 뿐이다
입력 2016-08-17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