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규엽 기자의 굿모닝 리우!] 울지마~ ‘최선의 금’ 땄잖아

입력 2016-08-17 18:45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 성지현이 리우센트루 파빌리온4에서 치러진 여자단식 8강전에서 지자 눈을 감은 채 아쉬워하는 모습.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공동사진취재단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대표팀 류한수가 1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2 경기장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66㎏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한 뒤 매트에 고개를 묻은 채 안타까워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공동사진취재단
모규엽 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8강전을 치르는 성지현(25·MG새마을금고)을 보기 위해 16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센트루 파빌리온4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상대는 세계랭킹 1위인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에 앞서 몸을 풀던 성지현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마린이 세계랭킹 1위지만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3월 독일 오픈 그랑프리골드 단식 결승전에서도 마린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성지현의 긴장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1세트 시작과 함께 1-6으로 뒤지며 불안한 출발을 했습니다. 결국 1세트를 9점 차로 크게 패했습니다. 2세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부터 내리 7실점하며 크게 흔들렸습니다. 발이 무거운 듯 마린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어렵게 넘긴 셔틀콕은 라인을 벗어나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0대 2 완패를 당하며 성지현의 올림픽 도전은 끝났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믹스드존에서 성지현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을 제대로 못하더군요. 뒤에서 한참 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운 뒤에야 겨우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성지현의 첫마디는 “죄송합니다”였습니다. 대진표가 나온 뒤 준비를 많이 했던 선수였기에 더 아쉽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문제였습니다. 성지현은 “배드민턴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마음 비우고 열심히 하려고 자신 있게 하려고 했는데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좀처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가뜩이나 중요한 경기를 치르는 가운데 한국 배드민턴 종목 전체가 예상외로 부진하자 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 동메달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신 류한수(28·삼성생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류한수도 경기가 끝난 후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첫마디가 “죄송합니다”였습니다.

류한수는 8강전에서 아르메니아의 미그란 아루티우니안에게 1대 2로 패해 준결승 진출이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절친 김현우의 응원 속에 마음을 다잡고 패자부활전에 참가해 첫 번째 상대를 꺾고 동메달결정전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동메달결정전에서 이상하리만치 몸이 무거워보였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의 라술 추나예브를 만나 1회전 1분40초 만에 파테르를 허용한 데 이어 이 과정에서 상대 팔을 잡는 반칙으로 2점을 빼앗겼습니다. 이어 연달아 옆굴리기를 세 번이나 당하며 0대 8, 테크니컬 폴 패배를 당했습니다. 류한수는 “다시 마음을 추슬러서 하려 했는데 안 됐다”며 “시합에 집중을 많이 못했다”고 울먹였습니다. 자신에게 집중된 관심과 절친 김현우의 한을 되갚아주겠다는 마음이 너무 컸던 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 겁니다.

한국은 이날까지 나흘 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등 예상외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순위도 11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면서 태극전사들은 힘이 부쩍 떨어진 모습입니다. 경기에 지면 눈물을 흘리고, 하나같이 “미안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입니다. 마치 죄인이 된 듯한 모습으로 경기장을 떠납니다. 더 나아가 한국 대표팀의 부진이 자신의 탓인 양 국민들에게 죄송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면 그만입니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고, 잘 싸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대회 개회식에도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불의의 사고에도 완주에 성공한 반데를레이 리마가 최종 점화자로 나와 많은 감동을 줬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에서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미안함을 버리고 더욱 더 실력을 갈고 닦아 훗날을 기약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도 선수들에게 원망과 질책보다는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건넸으면 합니다.



리우데자네이루=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