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이클 ‘골든 커플’ 리우서 반짝반짝

입력 2016-08-17 18:34
제이슨 케니(오른쪽)가 16일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사이클 남자 경륜에서 우승한 뒤 연인이자 동료인 로라 트로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제이슨 케니(28)가 재빠르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단단한 허벅지를 굴려 순식간에 3등에서 선두로 치고 나갔다. 약혼녀 로라 트로트(24)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초조한 눈빛이었다. 순간 케니가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며 환호했다. 1등이었다. 금발의 트로트가 감격에 젖어 눈물을 흘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경기를 마친 케니에게 다가가 꼭 껴안아주었다. 이윽고 짧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영국 사이클 대표팀 케니와 트로트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강의 커플이다. 케니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남자 경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트로트는 같은 경기장에서 먼저 열린 여자 옴니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케니를 응원했다. 두 사람은 같은 날 함께 세계 정상에 올랐다. 리우데자네이루 벨로드롬에는 연거푸 유니언잭이 가장 높은 곳에 걸렸다.

영국의 ‘골든 커플’은 이번 대회에서만 금메달 5개를 획득했다. 케니는 남자 스프린트 단체전과 개인전도 석권해 3관왕에 올랐으며 트로트는 단체추발에서 이겨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17일 기준으로 국가로 치면 스페인을 제친 13위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딴 전체 금메달보다 1개 적고 우사인 볼트가 속한 자메이카, 개최국 브라질보다 2개 더 많은 성적이다.

케니와 트로트는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비치발리볼을 관람하다가 키스하는 사진이 찍혀 언론에 교제 사실이 공개됐다. 두 사람은 당시에도 금메달을 각각 2개씩 따 ‘올림픽 2관왕 커플’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베이징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는 케니는 지금까지 올림픽 금메달 6개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의 전설적 사이클 스타로 작위까지 받은 크리스 호이와 동률이다. 트로트도 올림픽 금메달 4개로 영국 여자 사이클 선수 중 최다 금메달리스트다. 두 사람이 지금까지 세계대회에서 딴 금메달은 올림픽 10개를 포함해 총 20개에 달한다.

트로트는 케니가 경륜에서 우승한 뒤 트위터에 “케니를 사랑한다. 우리의 아이는 우리 유전자를 잘 물려받을 것”이라는 글을 남겨 결혼을 암시했다. 트로트는 2014년 크리스마스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케니에게 약혼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알린 바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두 사람을 ‘골든 커플’이라 부르며 케니의 어머니에게는 트로트에 대해, 트로트의 아버지에게는 케니에 대해 묻는 등 벌써부터 ‘양가 상견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