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위한 릴레이 기고] 종교개혁 정신으로 통합하자

입력 2016-08-17 21:19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통합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크게 반길 일이다. 이 일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신앙노선이나 정체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5년 전만 해도 두 기관은 하나였다. 진보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달리 한기총과 한교연은 성경 중심적, 중도·보수적 신앙노선을 견지하는 교단들로 대부분 구성돼 있다. 따라서 통합 논의의 핵심은 이단문제, 기득권을 어떻게 내려놓느냐의 문제로 집약된다.

표면적으로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이단문제다. 하지만 깊숙이 들어가 보면 이단문제보다 양 기구의 하부구조 문제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영훈(한기총) 조일래(한교연) 대표회장은 기구통합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의견차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오히려 양 기구의 리더급에 있는 분들의 반대가 드센 모양이다. 조직을 지킬 때 자신의 자리가 보전되고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으며 이단과 관련된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표면적으론 통합에 찬성한다고 하지만 막상 통합 논의에 들어가려면 안 되는 이유를 꺼내놓는다. 그래서 이단문제보다 하부구조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한불교조계종이나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대화한다. 두 곳만 방문하면 불교와 가톨릭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진땀이 날 정도로 찾아다녀야 한다. 각 기관마다 생각도 다르다. 그래서 정부 관계자들은 기독교의 입장을 듣고 싶을 때 누굴 만나야 할지 상당히 난감해 한다. ‘제발 기독교의 단일 창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정부에서 나올 정도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렇게 역량이 분산되다보니 통일, 다문화, 이단, 이슬람, 사회통합 등의 이슈에 대한 교회의 입장도 갈라진다.

마침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종교개혁 정신이 무엇인가. 하나님 앞에서 개인적 욕심과 야망, 권력을 내려놓고 주님 나라를 위해 순수하게 백의종군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마저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우후죽순 열린다면 종교개혁의 명분이 퇴색될 것이다. 이단, 반기독교 세력 입장에서 봤을 때 웃음이 나올 만한 일이다.

결론은 이렇다. 일단 두 기구는 통합해야 한다. 우선 하나 돼야 한다. 그리고 이단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각 교단은 한기총과 한교연에 통합논의를 진행하라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 양 기구에 파송한 대의원들을 통해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미래목회포럼도 양 기구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올해야말로 통합 논의의 최적기다. 만약 이 논의를 올해 안에 마무리 하지 못한다면 한국교회 연합사업은 불확실성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들 것이다. 내년 한기총은 올해보다 더 나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통합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이영훈 대표회장처럼 거시적 시각을 지닌 지도자가 임기를 마치면 이단과 관련된 군소교단 관계자가 대표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통합논의는 물 건너간다. 그래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반드시 올해 안에 통합논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통합은 의외로 간단하다. 양 기관의 임직원이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합리적인 사고와 리더십을 지닌 이영훈 조일래 대표회장에게 전권을 맡기면 된다. 특히 두 단체의 전임 대표회장과 직원들은 한국교회라는 대의를 위해 백의종군해야 한다.

언제까지 자기 자리, 명예, 감투에 집착할 것인가. 하나님을 무서워한다면 자리를 내려놓고 백의종군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시퍼렇게 눈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이상대 목사 (미래목회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