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에 살던 에블린 가란게라(56·여)씨는 2009년 9월 태풍 ‘온도이’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집이 물에 잠겨 가족과 간신히 구조된 그는 동네의 작은 농구장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3개월 동안 이재민 생활을 한 뒤 마닐라 동북쪽 40㎞에 위치한 타워빌 지역으로 왔다.
가란게라씨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했다. 남편은 마닐라에서 경비원으로 일했지만 4명의 자식과 손주들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느 날 국제개발 NGO ㈔캠프(이사장 이철용 목사)의 지역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의 필요를 조사했다. 가란게라씨는 일자리를 요청했다.
2011년 캠프가 문을 연 사회적기업 봉제센터의 첫 번째 훈련생이 된 그는 옷을 만들기 위한 전 과정을 배운 뒤, 이곳에서 6년 째 일하고 있다. 봉제센터는 지금 일주일에 몇 만개의 생산품을 만들어낼 만큼 성장했고 이곳은 1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그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생활 터전이라고 자부한다”며 “가난과 재난으로 손상된 자존감도 회복했다”고 말했다.
가란게라씨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타워빌 자립선교센터’에 있는 봉제센터, 베이커리 등에서 일하며 당당히 자립했다. 캠프는 일자리 창출 외에도 유치원과 클리닉, 게스트하우스, 교회 등이 센터에 입주하도록 지원했다.
캠프는 지난 15일 타워빌에서 서남쪽으로 10㎞ 떨어진 불라칸 주 가야가야 지역에서 ‘자립선교센터’ 개관식을 가졌다고 17일 밝혔다. 주민 4만여명이 거주하지만 일자리가 거의 없는 빈민 지역이다.
캠프는 2013년부터 가야가야 주민을 위해 클리닉 도서관 유치원 협동조합 봉제센터 공장 등을 운영해왔다. 임시시설로 시작했으나 폭증하는 수혜 인원을 감당할 수 없어 최근 991.7㎡(300평)의 부지를 매입해 자립선교센터를 건축했다.
이철용 이사장은 “타워빌 자립선교센터에서 매일 300여명의 주민이 다양한 사역에 동참하며 미래를 꿈꾸며 영적 문제도 해결 받고 있다”며 “자립센터선교는 가난한 이들에게 빵과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효과적 도구”라고 설명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필리핀 빈민들에 희망의 터전을… ‘캠프’ 자립선교센터 개관
입력 2016-08-17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