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환자 2500명을 통해 본 ‘좋은 죽음’

입력 2016-08-17 19:35

어떻게 좋은 죽음을 맞을 것인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40년 넘게 생애 말기 환자 2500명을 돌본 정신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의사. 무엇보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1%가 채 안된다는 크리스천이다. 그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죽음을 앞에 두고 보여준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는 동시에 우리가 쓰는 언어를 치밀하게 재구성해보는 작업을 통해 그 질문에 답을 내놓는다.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 필요가 있다.”

그는 “좋은 죽음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건 영혼의 평안”이라며 “마음의 평안은 지위나 명예, 재산, 가족 등 횡적 관계에서 오지만 가장 중요한 영혼의 평안은 옆이 아니라 위에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하나님이 위로부터 내려주시는 평안이 영혼에 온전히 임할 때 사람은 평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집중해서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통찰을 얻기도 한다”며 삶과 죽음을 표현하는 어휘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체득한 깨달음을 소개한다. ‘아기가 태어나다’ ‘아기를 주시다’와 같이 인간의 탄생이 수동형으로 표현되는 이유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존재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인간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감사하며 성장하는 ‘최후의 도약’을 하는 존재인 동시에 ‘살아있음’ 그 자체로 의미있는 존재임을 역설한다.

그의 시선은 죽음을 앞둔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을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돌보는 ‘그리프 케어’를 통해 상황이나 개인 성향에 따라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들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가령 10년 전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은 자신을 위로하러 찾아온 친구가 “걱정했던 것보다 잘 지내고 있어 안심했다”고 말하는 모습에 상처를 받았다. 일부러 ‘괜찮은 척’했던 자신의 모습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는 일본 전통 정형시 ‘센류’를 쓰면서 상처를 극복해나간다. ‘온 집안의 빛을 다 켜도 부족한 그 무엇’이라는 그의 시를 통해 극한의 외로움을 토로한 것이다. 짧지만 심플한 글들과 함께 수록된 캘리그라피 문구들은 내가 맞이할 죽음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