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기업이 뭐지?… 시총 9700억 ‘깜짝’

입력 2016-08-17 04:03

대덕 연구개발특구에서 지난해 1조원짜리 ‘연구소기업’이 탄생했다. 국내 1호 연구소기업으로 등록된 ㈜콜마비앤에이치(전 선바이오텍)가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돼 잭팟을 터뜨렸다. 이 기업의 현재 시가총액은 9700억원대에 달한다. 자본금도 2006년 출범 당시 10억원에서 10년 만에 148억원으로 14배 이상 늘었다. 고용 인원은 초창기 10명에서 144명(2015년 말 기준)으로 늘었고, 매출액은 2300억원을 넘었다. 이 연구소기업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분 20%를 출자해 화장품회사 한국콜마와 합작 형태로 설립됐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방사선 방호 생약 추출 기술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헤모힘’과 고순도 화장품 ‘아토美’를 만들어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공공 연구·개발(R&D) 기술의 사업화’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연구소기업이 10년 만에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있다. 공공기술도 대박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구소기업은 창업의 또 다른 루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구소기업은 정부출연 연구원이나 대학 등 공공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자본금 20% 이상을 투자해 연구개발특구 내에 설립한 회사를 말한다. 법인·소득세를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면제 등 세제 혜택을 받는다.

16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등록된 연구소기업은 250개다. 2006∼2012년(22개)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현 정부 기조인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모델로 부각되면서 2014년 이후 3년 사이 204개가 생겼다. 전체의 47.6%(119개)가 대덕특구에 터를 잡고 있지만 2011년 이후 대구 부산 전북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공공 연구기관이 직접 기업 설립과 운영에 참여하면서 투자 유치 확대 등을 통해 기술 사업화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장 동력’ 확보가 고민인 기업에도 매력적이다. 공공 연구기관이라는 준비된 파트너와 새로운 도전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연구소기업이 공공 연구성과 사업화의 성공 모델로 자리잡자 지원사격에 나섰다. 미래부는 80여개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 출연 연구기관도 연구소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개발특구육성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 공포,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까지 연구소기업을 1000개로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연구소기업들은 운영이 어려워 폐업하거나 기술 상용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설립 이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유명무실한 사례도 없지 않다. 실제 지금까지 연구소기업 설립 후 등록이 취소된 곳은 15개다. 이 중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M&A)돼 연구소기업을 ‘졸업’한 경우(3개)를 제외한 나머지 12곳은 경영 악화로 인한 폐업, 특구 밖으로 이전, 요건 미달 등으로 중도 퇴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