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살았다? 이번 개각서도 거취 언급 없어

입력 2016-08-16 18:09 수정 2016-08-17 00:29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입가에 손을 댄 채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단행한 16일 개각에는 그동안 초미의 관심을 받아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한 결정이 없었다.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지만 실제 여론의 흐름과 동떨어진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우 수석은 그동안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교체 요구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거듭된 언론의 의혹 보도, 야당의 경질 압박에도 박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정부부처 개각과 동시에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이뤄져 왔던 만큼 우 수석 교체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우 수석 거취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이 계속될 때에도 청와대 입장은 바뀐 적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여러 가지 의혹만 제기된 상황에서 의혹만으로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는 게 박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말해왔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입증된 게 없는 만큼 이에 따른 교체 사유도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역시 우 수석과 관련된 언론의 의혹 제기, 야당의 교체 압박이 계속될 때에도 ‘여론 압박에 밀린 교체는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정부부처를 책임지는 장관과 달리 청와대 수석은 자신의 ‘비서’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실제로 커다란 흠결이 드러나지 않는 한 ‘내 사람’에 대한 신뢰는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수석은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검증도 정상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개각에서 우 수석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정치권에선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결과가 나오면 우 수석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개시된 특별감찰은 감찰시한(1개월 이내)을 마치고 이번 주말을 전후로 종료된다. 다만 우 수석의 청와대 입성 이전인 처가 부동산 매매와 농지보유 문제 등은 감찰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우 수석의 직무 관련 비리 의혹 등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으로선 우 수석을 그대로 계속 안고 갈 경우 남은 임기 내내 지게 될 정치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일각에선 특별감찰에서 우 수석에게 별다른 비리 의혹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고 우 수석에게 이른바 ‘명예회복’의 기회를 준 다음 박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 수석도 본인과 관련된 의혹의 진위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짐이 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새로 선출됐고, 개각도 이뤄진 만큼 우 수석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지우지 않는 차원에서 스스로 사임하는 형식으로 거취를 정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이달 하순 국회의장단, 야당 의원들이 다수인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회동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이에 앞서 어떤 형태로든 수석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의 국정 협조가 절실한 만큼 이런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의미도 있다. 박 대통령은 과거에도 야당의 끊임없는 교체 요구를 받았던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 대해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밝힌 뒤 시차를 두고 사의를 수용한 적이 있다.

한편 우 수석 관련 의혹을 감찰하고 있는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 12일 이상철 서울청 차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의 아들이 이 차장의 운전병으로 배치되는 과정에서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와 휴가·외박 등 근무 중 특혜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김판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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