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료 걱정에… 수업 때만 에어컨 “냉기 샐라” 교실문 꼭꼭

입력 2016-08-16 18:39 수정 2016-08-16 21:19
개학 첫날인 16일 서울 마포구 성사중학교 학생들이 에어컨과 선풍기를 최대로 틀고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 서울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구성찬 기자

남학생 10여명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었다. 반팔 상의는 물에 빠졌다가 나온 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축구를 하려고 운동장으로 나갔지만 10분 만에 들어오는 길이라고 했다. “너무 더워요. 학교보다 학원이 훨씬 시원해요.”

여름방학을 마치고 16일 개학한 서울 마포구 성사중학교 교실은 후덥지근했다. 교실마다 천장에 달린 에어컨 1대와 선풍기 4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열기를 잠재우지 못했다.

수업일수 때문에 개학은 했지만 폭염을 피하기 힘들었다. 학교 측은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26도로 고정한 온도 탓에 더위가 가시지 않을까 싶어 선풍기를 ‘강’으로 맞췄다. 학생들도 단단히 채비를 했다. 반팔에 반바지인 생활복(체육복) 차림으로 등교했다. 개학날인데도 긴바지 교복을 입은 학생은 한 반에 한 명 남짓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교실은 나은 편이었다. 수은주가 34도를 넘어서자 복도는 찜통이나 다름없었다.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교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냉기’가 조금이라도 새어나갈까 문은 꼭꼭 닫았다. 체육수업은 실내수업이나 그늘에서 하는 운동으로 대체됐다.

결국 학교 측은 수업시간을 5분씩 줄였다. 원래대로라면 7교시 수업은 오후 3시50분에 끝나지만 이날은 35분 빨리 하교했다. 성사중 관계자는 “폭염이 계속되는 이번 주까지는 단축수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개학한 관악구 삼성고등학교는 수업시간을 10분씩 줄였다. 당분간은 매일 기온을 살펴서 단축수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부분 학생은 반바지인 생활복을 입고 학교로 왔다. 그래도 학생들은 온종일 더위와 싸워야 했다.

삼성고는 점심 급식으로 닭죽, 오이냉채, 오렌지샐러드로 구성된 ‘말복(末伏) 특식’을 내놓았다. 예정된 식단은 아니었지만 무더위 속에 등교한 학생들을 위해 준비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고3 교실은 더 더웠다. 4층 교실의 천장과 벽은 햇볕으로 한껏 달궈졌다. 최병갑 삼성고 교장은 “교실마다 에어컨을 켜고 3∼4대씩 있는 선풍기를 제일 강하게 틀고 있다”며 “예년에는 이 정도면 덥다고 하지 않는데 (학생들이) 올해는 특히 더워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기요금 때문에 마음을 졸인다. 교육용 전기요금은 1년 중 가장 전기를 많이 쓴 날의 전력량 요율인 ‘피크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정한다. 기본요금은 교육용 전기요금에서 43%나 차지한다. 온종일 에어컨을 틀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궁여지책으로 쉬는 시간엔 에어컨을 끄고, 기온이 좀 낮아진 교실은 잠시 에어컨을 껐다가 더워지면 다시 켜는 식으로 운용하는 학교도 있다.

이규명 성사중 교감은 “지난해의 경우 10일 남짓 수업을 한 8월에 전기요금이 500만원 넘게 나왔다. 20여일 정도 수업하는 다른 달에는 300만∼400만원 정도였다”며 “올해는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에서 11개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고 38개 학교가 수업시간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