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토종’ 약진에 中 스마트폰 시장서 갈수록 고전

입력 2016-08-17 04:00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유명 배우와 스포츠 선수를 모델로 내세우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한류스타 송중기가 등장하는 비보 광고의 한 장면. 비보 제공
할리우드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광고를 찍는 모습. 화웨이 제공
화웨이가 올 3월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로 영입한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화웨이 제공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웨이, 오포, 비보 삼각편대가 약진하며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17.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오포와 비보가 각각 16.2%, 13.2%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의 점유율을 합하면 46.6%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거의 절반을 상위 3개 회사가 나눠 가졌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1위였던 샤오미는 판매량이 38.4%나 감소하며 4위(9.5%)로 내려앉았다. 애플도 판매가 31.7% 줄면서 5위(7.8%)로 순위가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5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1년 만에 순위가 급변한 것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교체 수요 중심으로 시장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중저가보다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저가 중심의 샤오미가 지고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화웨이, 오포, 비보가 뜬 이유다.

이들은 유명 배우와 스포츠 선수를 모델로 내세우며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에 적극 나섰다. 화웨이는 프리미엄 라인업인 P9을 선보이면서 광고 모델로 할리우드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헨리 카빌을 기용했다. 올해 3월에는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로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를 영입하기도 했다.

비보는 ‘태양의 후예’로 중화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송중기를 모델로 발탁했다. 모델료가 1년에 4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와 제휴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에 비보의 V3, V3 맥스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6를 출시하면서 ‘어벤저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협업했는데, 비보가 1년 만에 벤치마킹했다. IDC는 화웨이, 오포, 비보의 성공 요인으로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 핵심 기술 강조,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광고”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램 6GB, 내장메모리 128GB로 사양을 높인 갤럭시 노트7 특화 모델 출시를 검토 중이다. 고사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중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최근 국내 미디어데이에서 “중국 현지 업체들이 고용량 내장 메모리를 탑재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면서 출시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녹록지 않은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글 앱스토어를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어 삼성전자에 불리한 환경이다. 중국 업체들은 자체 앱스토어를 보유해 중국 내에서 쓸 수 있는 앱이 많은 반면 삼성전자는 앱 활용도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하드웨어 사양이 좋아진 데다 앱스토어까지 편리하게 쓸 수 있다 보니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스마트폰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