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연기였다. 도마를 짚고 뛰어오른 이세광(31)은 몸을 굽혀 두 바퀴 돌면서 또 한 바퀴 몸을 비틀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최고 난도의 기술 ‘이세광’을 선보였다. 착지 역시 흠잡을 것 없었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에서 북한이 자랑하는 ‘체조 영웅’ 이세광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도 임정심(23)에 이어 북한 선수단에 리우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24·수원시청)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도마는 이세광의 독무대였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이세광은 결선 1차 시기에서 최고 난도(6.4점)의 기술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몸을 굽혀 두 바퀴 돌면서 반 바퀴 비틀기)를 시도했다. 착지자세에서 왼발이 뒤로 빠지긴 했지만 안정적인 연기였다. 이어 2차 시기에서 ‘이세광’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평균 15점691로 각각 15점516, 15점449를 얻은 데니스 아블랴진(24·러시아)과 시라이 겐조(20·일본)를 따돌렸다.
오랜 시련 끝에 찾아온 금메달이었다. 이세광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도마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며 아시아 최고의 실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세광은 2010년 이후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체조연맹(FIG)은 선수단의 연령을 허위 기재한 북한체조협회에 2년간 국제대회 출전금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세광은 2011 세계선수권은 물론 런던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없었다.
반면 양학선은 승승장구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목에 걸며 ‘도마의 신’으로 떠올랐다. 세계선수권을 2연패하며 화려하게 복귀한 이세광은 2연패를 노리는 양학선과 리우올림픽에서 역사적인 남북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양학선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취재진이 양학선과의 맞대결을 언급하자, 이세광은 “(양)학선 선수가 이번에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는데 체조는 한 선수가 대표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치료를 잘했으면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정체불명의 여성 통역에게 인터뷰 내내 ‘코치’를 받은 이세광은 무산된 맞대결에 대한 아쉬움과 라이벌을 향한 애틋함을 그렇게 살며시 드러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리우스타-남자 체조 도마 금메달 北 이세광] “양학선, 치료 잘했으면 합니다”
입력 2016-08-16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