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퇴임 앞둔 강신명 경찰청장 “리퍼트 美대사 피습 때 아찔”

입력 2016-08-16 18:49 수정 2016-08-16 22:04

“관사에서 나오려고 신발을 신다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나니 저도 사람인지라 ‘여기서 잘리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2일 임기를 마치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강 청장은 2년간 겪은 일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으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꼽았다. 강 청장은 “외부 행사가 있어 나가려는데 연락을 받고 행사를 취소한 뒤 바로 경찰청에 들어왔다”며 “비공개 자리에서 ‘2년 재직 동안 언제 목이 잘릴 것 같은 위험을 느꼈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리퍼트 대사 피습 때라고 답해 왔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해 3월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조찬 강연회를 준비하다가 흉기를 든 김기종씨의 습격을 받았다. 강 청장은 “사건 발생 이틀 뒤 미 국무부가 ‘한국 경호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을 발표한 뒤에 개인적으로 안도했다”고 덧붙였다.

강 청장은 지난해 11월 집회 당시 물대포를 맞아 9개월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에 대한 입장 표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국회에서 밝힌 입장 정도로 대신하겠다”고만 답했다. 강 청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조금 더 명확한 사실관계와 법률적용 문제에 대해 결정이 나면 그에 상응하는 사과나 책임까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강 청장은 경찰을 계급중심에서 업무중심 조직으로 바꾸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유병언 변사 사건의 부실처리 등을 겪으며 승진시험에만 매달린 조직의 한계를 느꼈다”며 “업무중심으로 국민에게 책임지는 경찰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강 청장은 퇴임 후 정치권에도 문을 열어뒀다고 했다. 그는 “후보자로 청문회를 할 때 경찰조직의 총수가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밝혔는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20대 총선에서 그러지 않은 것으로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