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16 개각 도대체 왜 했는지 모르겠다

입력 2016-08-16 18:47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3개 부처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4개 부처 차관을 교체한 8·16개각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난 4·13총선 민의에 따른 국정쇄신에 목적이 있다면 폭이 너무 작은데다 쇄신에 부합하는 개혁적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임기말 레임덕을 방지하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까지 나서서 개각의 필요성을 건의한 것 치고는 태산명동서일필에 그친 느낌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개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7명의 장·차관 내정자 프로필만 소개했을 뿐 개각의 취지와 배경에 대해선 어떤 부연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특색을 찾기 힘든 개각이라는 방증이다. 굳이 찾자면 지난 총선 공천 경선에서 비박 이혜훈 의원에게 패한 조윤선 문체부 장관 내정자를 챙기기 위한 것 같다. 아니라면 현 김종덕 장관을 교체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 변호사 출신으로 국회의원과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낸 그가 청와대 설명대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조예가 깊은지도 의문이다. 야당으로부터 “개각의 목적이 실종되고 국정쇄신과 거리가 먼 개각”(더불어민주당) “국정쇄신, 민심수렴, 지역탕평이 없는 3무 개각”(국민의당)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이번 개각 역시 박 대통령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수첩인사’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로 다가온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능력을 겸비한 참신한 외부인사 대신 대부분 관료 출신들을 수혈했다. 상명하복 문화에 길들여진 이들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정과제를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박 대통령의 뜻을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대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책을 순식간에 뒤집는 ‘청와대바라기’ 장관들이 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무엇보다 ‘몰래 변론’, ‘부동산 부당거래’ 등 온갖 의혹의 중심에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번 인사에서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적·도덕적 하자 시비에 휘말린 그가 장·차관 내정자를 검증하는 위치에 있다는 자체가 비정상이다. 가장 먼저 교체해야 할 우 수석을 그대로 둔 채 앞뒤가 뒤바뀐 인사를 하니 가뜩이나 명분 없는 인사가 더욱더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개각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 턱없이 모자란다. 여권 내에서 “우 수석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마당에 이런 식의 ‘오기인사’로는 대야 관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의 좁은 인재풀만 재확인시킨 8·16 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