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1시. 경북 경산 강변동로 경산중앙교회 2층에 들어서자 백발의 노인 150여명이 찬송가 406장 ‘곤한 내 영혼 편히 쉴 곳과’를 부르고 있었다. 노인부 예배의 최고령은 103세, 65세는 아직 풋풋한 ‘청년’이다.
◇정서적으로 메마른 어르신 찾아가는 교회=“자, 어르신들. 저를 따라 율동을 해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노인들은 ‘부영 6차’ ‘청구 근린’ 등 자신의 거주지가 적힌 원형테이블에서 반 박자 느리게 율동을 따라했다.
노인부 담당 단춘화(60·여) 권사는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평생 부모와 남편, 아내, 자식들을 위해 살다가 몸이 쇠한 분들”이라며 “어느 때보다 좋은 사회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지만 막상 이분들의 삶 속에 들어가 보면 정서적으로 많이 메말라 있다”고 말했다. 단 권사는 “우스개로 어르신을 ‘눈치 빠른 5살, 잘 삐치는 5살 어른’이라고 하는데, 꼬옥 안아드리면 봉사자들의 어깨에 눈물을 적시는 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교회는 매주 100여 곳의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칼국수를 대접하고 가요·찬송도 불러주며 말동무가 된다. 어르신 가운데 복음을 접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다 보니 한 주 거르지 않고 경로당을 찾는다.
교회는 매주 목요일 노인대학도 개최한다. 한글 영어 웃음치료 실버체조 하모니카 가요교실 등 13개 과목이 개설돼 있는데, 300여명이 수강한다. 김달경(83) 씨는 “여기 오는 10명 중 한 명만 기독교인이고 나머지는 불교나 무교다. 교회에 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며 틀니를 훤히 드러냈다.
◇지역사회 섬김 밑천은 ‘양 저금통’=경산중앙교회 지역섬김 활동의 ‘밑천’은 ‘양 저금통’에서 나온다. 교회는 2010년부터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성도들에게 흰색 양 모양의 저금통을 매달 초 배포한다. 교회 내 극빈층이나 교회 밖 미혼모, 불법 외국인 노동자, 해외 재난 피해자 등이 지원대상이다. 문성환 이웃사랑부 담당 부목사는 “생계가 곤란한 성도 220명뿐만 아니라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아 교회 밖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면서 “교회 안팎의 지원 비율은 4대 6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또 경산월드휴먼브리지를 통해 교회의 이름을 일체 드러내지 않고 섬김에 나선다. 모아사랑태교음악회를 5회 개최하고 750여명의 임신부에게 출산용품을 지급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 어린이들에겐 문구류와 교통카드, 급식비를 지급한다.
허우출(58) 집사는 “경산 지역에서 아침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극빈층 아이들을 위해 새벽 4시 150개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면서 “새벽마다 아이들 집 앞에 도시락 봉지를 걸 때마다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회선교부 담당 윤신광 부목사는 “영적 성숙은 제자훈련을 통해, 육적 성숙은 섬김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지속적 섬김을 통해 교회와 세상의 다리 놓기 사역을 하는데 시민들이 우리교회라는 것을 찾아낸다. 지역사회의 시선이 바뀌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조언했다.
교회는 2005년부터 매년 500여명이 헌혈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으며, 사랑의쌀 나누기 캠페인을 통해 저소득층과 미혼모 등에게 3.4t의 쌀을 전달했다. 청년들도 지역을 순회하며 청소를 한다.
영남대에 재학 중인 이동근(26)씨도 “교회 부근에 12개 대학 캠퍼스가 있는데 매주 토요일만 되면 원룸촌을 순회하며 쓰레기를 줍는다”면서 “그때마다 상가 주인이 나와서 ‘이렇게 어려운 일을 왜 계속 하느냐’며 음료를 건넨다. 그럴 때마다 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공교회성 붙드니 성도들의 만족도 높아=교회가 공교회성을 갖고 있다 보니 성도들의 만족도도 높다. 김주복(60·여) 권사는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한 열린 교회를 철저히 지향하고 있다”면서 “경산중앙교회 때문에 삶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미혜(47·여) 집사도 “성도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교회에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정연욱(52) 집사는 “지역사회의 주요 이슈 한복판에 우리 교회가 서 있다”면서 “그렇다 보니 교회가 정말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박진규(60) 장로도 “교회가 지역사회와 국가, 민족, 다음세대를 위한 시대적 사명을 부르짖다 보니 경산을 위한 공간이 되고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종원 경산중앙교회 목사
전도 진군식 때 조선 장군복장… 기상천외 목회로 감동·소통
"성도님들이 정말 헌신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 입장에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내만('나만'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열심히 하면 됩니데이."
경산중앙교회는 대구 동신교회, 반야월교회, 동부교회, 내일교회 등과 함께 대구지역 교계를 대표한다. 김종원(47) 경산중앙교회 목사는 경북대와 총신대 신대원, 탈봇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이민목회 후 서울 사랑의교회 부목사로 복음의 사회적 실천운동인 '정감운동'을 펼치다 2009년 이곳에 부임했다.
그의 목회는 기상천외하다. 전교인이 전도에 나서는 '전도 진군식(進軍式)' 때 조선시대 장군복장을 하고 등단하거나 사정상 여름휴가를 갈 수 없는 성도를 위해 교회 주차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바비큐 파티를 열어 준다. 경산지역 어린이를 위해 인기 캐릭터 '번개맨'을 초청하고 예배당 안을 야구장 모양으로 장식했다. 송구영신예배 때는 교역자들이 성도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개그콘서트 형태의 단막극을 준비한다. 한마디로 창조·감동·소통 목회로 귀결된다.
김 목사는 "목회자가 지난해와 똑같은 행사, 부실한 콘텐츠로 성도들에게 다가선다면 그것이야 말로 직무유기"라면서 "성도들을 기쁘게 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니 자발적으로 전도와 섬김에 나선다. 25만명의 경산시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활동은 반드시 문화라는 옷을 입어야 하며 즐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경산중앙교회의 표어는 '부흥을 꿈꾸며, 한 영혼을 제자삼아, 세상을 변혁시키는, 3대가 행복한 교회'다. 부임 후 교회의 핵심가치인 표어를 만들기 위해 당회원들과 관련서적을 붙들고 공부했다. 성도들과 핵심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1개월간 표어 설교만 했다.
그가 강조한 3대를 잇는 신앙, 소통목회는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금요 성령집회에 조부모와 부모, 자녀세대가 함께 손을 잡고 나온다. 생활 속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에 성도들의 마음이 녹아내리자 6년 만에 교세가 2000명 이상 불었다.
경산중앙교회의 또 다른 목표는 분립·개척이다. 김 목사는 "교회가 성도들에게 전도하라고 강조하지만 교회도 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것은 또 다른 교회를 분립·개척하는 것"이라면서 "3년 뒤가 교회 창립 60주년인데 집중적인 스터디를 통해 당회 장로님들과 분립·개척의 공감대를 형성해 놓았다. 그 시기가 조금 당겨질 것 같다"고 웃었다.
경산=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한국의 공교회-경북 경산중앙교회] 폭염에도 경로당 찾고 ‘양’ 잡아 이웃 사랑 밑천 마련
입력 2016-08-16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