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김현우·펜싱 전희숙을 울게 만든 편파판정 뒤엔 세계레슬링·펜싱연맹 ‘러시아 커넥션’이 있다

입력 2016-08-16 04:14
한국 펜싱 국가대표 전희숙이 1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 플뢰레 16강전에서 러시아의 아이다 샤나에바에게 11대 15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레슬링의 김현우(28), 펜싱의 전희숙(32)이 편파판정에 희생된 배경에도 ‘러시아 커넥션’이 숨어 있다. 러시아는 레슬링 펜싱 유도 사격 등의 최상위단체를 장악하고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두 종목은 그 마수가 올림픽까지 뻗혔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현우는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나 아레나2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16강전에서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에게 5대 7로 패배했다.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승부를 갈랐다. 심판은 경기종료를 10초가량 남기고 3-6으로 뒤진 김현우의 4점짜리 가로들기를 2점으로 판정했다. 한국의 챌린지(비디오판독)에서는 3점으로 정정한 뒤 블라소프에게 1점을 부여했다. 경기를 마치고 김현우의 1점을 다시 깎았다.

김현우는 이 체급 세계랭킹 2위, 블라소프는 1위다. 랭킹으로 시드를 배정하지 않고 추첨으로 대진표를 그린 올림픽에서 우연히 첫 판 상대로 만났다. 상대전적은 1승1패. 16강전에서 서로를 제압하면 금메달까지 수월하게 달릴 수 있었다.

안한봉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세계레슬링연맹(UWW)에 제소할 계획이었지만,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포기했다. 러시아를 위시한 동유럽계 인사들이 UWW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네나드 라로비치 UWW 회장은 세르비아, 실무부회장은 러시아 출신이다. 올림픽 레슬링 심판 40명 중 25명은 러시아와 함께 옛 소련을 구성했던 연방국가 출신들이다.

안 감독은 “(국가별 단체에) 힘이 있으면 이기고 없으면 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올림픽에서 레슬링이 퇴출됐던 이유도 이런 문제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슬링만이 아니다. 전희숙이 오심으로 울었던 펜싱도 러시아가 장악했다. 전희숙은 지난 9일 여자 플뢰레 개인전 16강에서 러시아의 아이다 샤나에바에게 11대 15로 졌다. 9-12로 뒤진 3라운드에서 샤나에바의 공격을 차단하고 찌르기에 성공했지만 심판은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엉뚱하게 샤나에바가 득점했다. 국제펜싱연맹(FIE) 회장은 샤나에바와 같은 러시아 출신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다.

리우올림픽 펜싱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10개. 그 중 4개를 러시아가 가져갔다. 러시아에 유리한 판정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등 다른 국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옛 소련을 해체하고 올림픽 펜싱에서 수확한 금메달은 이탈리아(48개) 프랑스(41개)의 5분의 1 수준인 9개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김정환(33)이 산드로 바자드제(그루지아)와의 16강전에서 연속 3득점을 인정받지 못한 오심도 8강에 먼저 진출한 러시아의 니콜라이 코바레프에게 유리한 대전 상대를 밀어줄 목적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