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쟁위-국방장관’ 대화… ‘사드 사태’ 전환점 맞나

입력 2016-08-15 17:53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사태가 발생 한 달여 만에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지난달 13일 국방부의 경북 성주 사드배치 결정 발표 후 정부·국방부와 접촉을 피했던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가 17일 한민구(사진) 국방부 장관과의 대화에 나서기로 하는 등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쟁위는 15일 성주읍 성밖숲공원에서 2시간여 동안 성주군민 900여명이 삭발을 하는 대규모 사드 반대 삭발투쟁식을 가지는 등 대외적으로 강경 입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성주 절대 불가’라는 투쟁위 기조와 달리 성주군 내부에서 ‘제3부지 검토’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제3부지 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일어나고 있다. 가장 먼저 의견을 밝힌 것은 성주지역 보훈단체들이다. 지난 9일 성주군재향군인회, 상이군경회, 6·25참전유공자회 등 성주군 안보단체연합회가 제3부지 사드 배치 검토를 주장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성주군 지역 유림 대표들도 조만간 제3부지 검토 지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제3부지에 대한 이야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성주군 내 염속산, 까치산, 칠봉산 등이 거론되던 것에서 나아가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인근 부지가 후보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 국방부 관계자들이 답사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골프장 인근 부지는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에서 북쪽으로 18㎞ 이상 떨어져 있어 레이더 안전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역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성주군에서 다른 부지에 대한 가용성 검토를 요청할 경우 검토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방부는 15일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방부는 실무 차원에서 관련 현장을 다녀온 바는 있으나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방부의 기본 입장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역 주민과의 대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한민구 장관과 성주군민, 투쟁위 간 이번 주 잇단 간담회가 중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든 제3부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어 18일로 예정된 투쟁위와 군민 간 토론회에서도 제3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대안론이 점차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최일영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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