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스타’를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이를 악문 다른 선수들과 달리 결승선을 넘은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전광판을 보고 기록을 확인한 볼트는 자메이카 국기를 등에 걸친 채 활시위를 당기는 듯한 ‘번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변은 없었다. 14일(현지시간) 오후 10시25분 2016 리우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 스타디움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10초쯤 지났을까. 정적을 깨고 환호성이 쏟아졌다. 볼트가 오른손으로 가슴을 두 번 두드리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가장 먼저였다.
볼트는 9초8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넓은 보폭으로 중후반부터 치고 나갔다. 저스틴 게이틀린(34·미국)은 역주를 펼쳤으나 결승선 앞에서 추월을 허용했다. 9초89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동메달은 9초91을 기록한 앙드레 드 그라세(22·캐나다)의 몫이었다.
유쾌한 스프린터
볼트는 유쾌한 소년이었다. 볼트의 어머니 제니퍼는 지난달 2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볼트는 활달한 아이였다. 침대에 누워서도 가만있는 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동네 공터에서 축구와 크리켓을 했다. 무엇보다 육상을 즐겼다. 항상 자신감이 넘쳤지만 여린 구석도 있었다. 제니퍼는 “볼트가 출발선에서 혹시 울지는 않을까 걱정하곤 했다”며 “항상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덕분에 볼트는 언제나 씩씩한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부상도 당찬 모습으로 이겨냈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볼트는 리우올림픽 자메이카 육상 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못했다. 추천 선수로 출전 자격을 얻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볼트는 “얼마나 대단한 육상 선수인지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증명했다. 볼트는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언제나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해낼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하늘 높이 찌르는 인기 역시 압도적인 기량 때문만은 아니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거침없는 인터뷰 등 풍부한 쇼맨십이 인기의 바탕이다. 삼바춤을 추고,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친근한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볼트는 “일어나요 자메이카. 이 금메달은 당신들의 것이에요”라는 트윗을 올리며 팬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3관왕×3연패’ 정조준
볼트는 조국 자메이카를 넘어 인류를 대표하는 스프린터다. 2008 리복그랑프리에서 9초72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신화의 첫 장을 펼쳤다. 2008 베이징올림픽 100m에서 9초69를 기록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2009 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세계신기록 9초58은 누구도 넘볼 수 없었다. 2012 런던올림픽 100m, 200m, 400m 계주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육상 남자 100m 3연패를 달성한 볼트는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리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400m 계주에 연이어 나선다. 3관왕 3연패라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겨냥하고 있다. 볼트는 “금메달 2개를 더 따고 ‘불멸(immortal)'의 스타가 되겠다”고 밝혔다.
미국 외에 적수가 없는 400m 계주와 달리 200m의 경우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볼트의 올 시즌 200m 최고 기록은 19초89다. 자신이 세운 세계신기록 19초19와 제법 차이가 난다. 경쟁자 역시 만만치 않다. 라숀 메리트(30·미국)는 올 시즌 최고 기록 19초74를 자랑한다. 게이틀린 역시 세기의 대결을 또 한 번 예고하고 있다. 볼트는 16일(한국시간)과 18일 각각 200m, 400m 계주 예선에 나선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번쩍! 번쩍! 번쩍!… 볼트, 올림픽 육상 100m 3연패
입력 2016-08-15 18:22 수정 2016-08-15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