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해외 수주 ‘반토막’… 비상 걸린 건설업계

입력 2016-08-15 18:31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저유가 여파로 중동시장에서 발주가 예상됐던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지연·취소되면서 초대형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국내 주택 시장이 ‘반짝’ 호황이지만 벌써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데다 해외 시장까지 춘궁기로 접어들자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집계된 해외 건설공사 누적 수주액은 17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09억달러)에 비해 45% 줄었다.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다만 같은 기간 수주 건수는 359건으로, 지난해(381건)에 비해 22건 감소하는 데 그쳤다. 결국 눈에 띄는 대형 계약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UAE는 지난해 50억 달러 규모의 후자이라 정유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성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0억 달러 규모 에티하드 철도 프로젝트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의 실적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6조5999억원을 수주한 삼성물산이 올해 4조8361억원을 수주해 그나마 선전했지만 지난해 1위였던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수주액이 60% 가까이 줄어들며 2위로 내려앉았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수주액이 3조141억원이었으나 올해는 5643억원에 그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한 해 해외건설에서만 6조4756억원을 수주했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1조6474억원에 머물고 있다. SK건설도 지난해 5조517억원의 10분의 1 수주에 그치고 있다.

해외수주 감소는 최근 저유가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요인 탓이 크다. 게다가 지난 2∼3년간 국내 주택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건설사들이 해외진출에 소극적이었던 점 등도 작용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동지역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상반기(71억12만 달러)보다 33% 감소한 47억7773만 달러를 기록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수준으로 오르기 전까진 중동과 아시아 등에서 대형 공사를 꺼리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사들은 일단 국내 주택 분양에서 번 돈으로 해외 손실분을 막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0대 건설사의 하반기 분양 물량은 총 16만9425가구로 상반기 10만8717가구에 비해 79%가량 늘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사업과 국내 사업이 동시에 잘된 적은 거의 없다”며 “국내 사업이 호경기여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주택시장 호황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데다 실물경기가 받쳐주지 못해 조만간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7∼2018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무려 70만 가구에 달해 공급과잉 조짐도 보인다. 대한건설협회는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지난 12일 국회에 매년 줄어드는 SOC 예산을 24조원 수준으로 확대 편성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결국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아프리카 등 해외를 개척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 연구위원은 “저유가 시대를 인정하고 새로운 분야의 해외건설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신시장으로 꼽히는 아프리카 등을 공략하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금융지원 강화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