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츰 해가 떨어져 노을 진 하늘이 어슴푸레 보랏빛으로 변할 무렵. 리우데자네이루 마리아랭크 수영장에서 한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관중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그는 붉은 우단으로 꾸민 반지 케이스를 열었다. 작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경기장 조명을 받아 반짝거렸다. 남자가 두 손 모아 반지를 내밀었다. 이제 막 시상대에서 내려온 여자는 갑작스러운 청혼에 놀라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관중들의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시상식이 열린 14일 오후(현지시간), 은메달리스트 허쯔(26·중국)에게 남자친구인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동메달리스트 친카이(30·중국)가 깜짝 프러포즈를 했다.
예상치 못한 로맨스였다. 친카이가 시상대에서 내려오는 허쯔에게 다가갈 때만 하더라도 동료 선수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친카이가 허쯔를 살포시 안아준 뒤 무릎을 꿇자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청혼가를 부르며 반지를 꺼냈다. 허쯔는 운동복 차림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채 놀란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친카이의 노래가 계속됐다.
마침내 허쯔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몇 차례 고개를 끄덕이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청혼이 받아들여진 듯 친카이가 비로소 잔뜩 긴장한 표정을 풀고 웃었다. 그리고 허쯔의 손가락에 작은 반지를 직접 끼워주었다. 두 사람이 꼭 껴안자 곳곳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취재진뿐만 아니라 관중들도 두 사람의 모습을 바삐 카메라에 담았다.
6년 넘게 사귄 중국의 두 메달리스트는 스포츠 선수답게 올림픽에서 결혼을 약속했다. 두 사람 모두 중국 국가대표팀 유니폼 차림이었다. 허쯔는 취재진과 만나 “오늘 아침 숙소 방으로 들어갔을 때 친카이가 무엇인가 외우고 있는 것을 봤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친카이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답했다”면서 “청혼노래를 연습하고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허쯔는 “친카이가 시상대에서 많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청혼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친카이가 많은 것을 약속해줬지만, 그가 나를 안아줬을 때 ‘내 남은 인생을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됐다”며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리우 다이빙 시상식장의 ‘프러포즈’… 중국 스프링보드 동메달 친카이, 은메달 획득 허쯔에 청혼
입력 2016-08-15 18:52 수정 2016-08-15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