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찰 총격에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경찰과 흑인 간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발생한 흑인 총격사건으로 흑인의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3시30분쯤 밀워키 시내에서 실빌 스미스(23) 등 2명이 차량 검문에 응하지 않고 도망치자 총을 쐈다. 총격 경찰관의 몸에 부착된 보디캠 영상에 따르면 경찰관이 스미스의 차량을 세우고 총을 발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5초였다. 에드워드 플린 밀워키 경찰서장은 “총격을 가한 경찰관도 흑인이었다”며 “스미스가 전과자인 데다 총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왜 스미스가 탄 차량을 검문하려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스미스의 죽음으로 흑인 사회는 다시 들썩였다.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밀워키 북쪽에 사는 흑인 200여명이 모여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대는 경찰차를 불태우고 주유소와 은행 등 6곳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차 안으로 날아든 벽돌에 맞아 경찰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4명이 다쳤고 시위대 17명이 체포됐다. 밀워키 경찰 SNS에 따르면 시위대는 지금도 경찰을 향해 벽돌을 던지고, 거리 곳곳에선 총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추가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이 지역에서 수십년 동안 쌓인 인종차별 분노의 촉발제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밀워키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도시로 분류된다. 흑인과 백인의 빈부 격차가 미국 평균보다 1.5배 이상 벌어져 있다. 특히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제조업이 붕괴하면서 흑인 범죄율과 실업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밀워키 흑인 거주지역 대표자 알더먼 레이니는 “밀워키의 흑인들은 억압 속에 사는 것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분명한 경고음”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밀워키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흑인 밀집지역 주요 도로에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2014년에도 밀워키에서 정신질환의 흑인 청년 돈트렐 해밀턴이 경찰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에선 최근 비무장 흑인이 경찰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와 함께 경찰을 겨냥한 보복사건도 벌어져 사회적으로 ‘흑백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美 흑인·경찰 갈등 재점화… 밀워키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6-08-15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