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北 수뇌부-간부·주민 ‘분리 대응’ 시사

입력 2016-08-15 18:01 수정 2016-08-15 21:27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직접 ‘북한 당국 간부와 주민’을 향해 대북 메시지를 던졌다. 관례적으로 지칭해왔던 ‘북한’ 또는 ‘북한 지도부’ ‘북한 정권’ 표현을 쓰지 않고 간부와 주민들을 향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여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메시지는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북한 주민에 대한 ‘분리 대응’으로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북한의 주민과 간부들을 향해 변화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천명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핵·미사일 포기를 촉구한 후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이라고 호명했다. 이어 통일된 한반도에선 북한 주민도 차별 또는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발언은 김정은 정권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주민들에게 북한 체제의 모순을 알리며 직접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설득했다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국회 국정연설 때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할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또 경축사를 통해 ‘북한 당국’을 지칭하며 핵 개발 및 대남 도발 위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할 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경축사에선 이산가족 상봉 등 최소한의 구체적인 대북제안도 나오지 않았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대북 제안이 없었던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남북 환경협력, 문화유산 발굴·보존, 민족 동질성 회복 등을 제안해 왔다. 다만 올해는 핵 포기와 도발 중단, 인권 보장 등을 촉구했을 뿐이다. 북한의 잇따른 대남 ‘대화 공세’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려는 시대착오적인 통일전선 차원의 시도”라고 일축했다.

한·일 관계 메시지는 단 한 문장에 불과해 역대 가장 짧았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원론적 차원에서 언급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