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혁 채찍’에… 대학 ‘피로감’ 호소

입력 2016-08-15 17:52 수정 2016-08-15 21:23

대학사회가 ‘구조조정 피로감’에 흔들리고 있다. 정부 입맛에 따라 학과 통폐합을 밀어붙였다가 학내 구성원과 마찰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 이화여대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대학은 끝없이 이어지는 교육부 평가에 몸살을 앓는 상태다.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에 몰두해야 할 교수들이 본업을 제쳐두고 몇 개월씩 대학 평가 업무에 매달리는 것도 일상이 됐다.

근본적 원인은 ‘학령인구 절벽’이다. 대학 신입생 수요가 급감하면서 ‘벚꽃 피는 순서’(서울에서 거리가 먼 순서)로 대학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고등교육 붕괴를 우려한 정부는 ‘지원금’을 앞세워 구조조정을 몰아치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학령인구 전망은 암울하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대학 입학 희망자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많은 ‘역전 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15일 밝혔다. 대학 입학 희망자는 고교졸업자와 재수생 등을 포함해 산출한다. 교육부는 당초 2018년부터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정원 감축을 연계하는 정책이 일부 효과를 발휘하면서 시점이 1년 정도 늦춰졌다.

그러나 감소 추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교육부 전망에 따르면 2018년 대학의 입학정원은 51만2036명이다. 2014년보다 3만7000여명 감축된 수치다. 고교졸업자는 2019년 58만129명에서 2021년 46만5937명으로 급감한다. 같은 기간 대학 입학 희망자는 50만6286명에서 42만7566명으로 줄어든다. 불과 2년 새 고교졸업자는 12만명, 대학 입학 희망자는 8만명이 증발한다. 한 고등교육 전문가는 “교직원 봉급조차 주지 못하는데 정부 재정지원 등으로 문을 닫지 못하는 ‘좀비 대학’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때문에 교육부는 대학을 들들 볶는다. 대학 구조조정 작업은 2013년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4년 대학특성화사업(CK), 지난해 전국 대학을 A∼E등급으로 나누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이뤄졌다. 이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아 국가장학금이나 재정지원 제한 조치를 받은 60여개 대학은 현재 경영 컨설팅을 받고 있다. 올해는 프라임·코어·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이 줄을 이었다. 이르면 이달 말 ‘대학 구조개혁 2주기 평가’ 계획이 확정 발표되면 대학사회는 또 들썩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지원을 내걸고 정원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잘하는 대학 정원은 지켜주고 부실 대학을 통으로 없앨 수 있도록 국회에 수년째 묶여 있는 대학 구조개혁 논의가 빨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잇따른 구조조정에 대학은 지쳐가고 있다. 한 지방 국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고 월급을 받는지, 평가를 준비하고 월급 받는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각 대학은 교육부 평가에 대비해 경영 컨설팅 업체로부터 ‘고액 과외’를 받기도 한다. 이화여대 사태가 동국대 인하대 등으로 확산되는 배경에는 이런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도 이런 피로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연착륙’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수백억원의 굵직한 평가들이 있었다. 대학이 피로감을 느낄 만하다”면서도 “멈추면 말 그대로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을 닫거나 수많은 대학이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