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종목 석권한 한국양궁 쾌거의 교훈

입력 2016-08-15 18:58
올림픽 사상 최초로 전 종목을 석권한 한국 양궁의 쾌거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무엇보다 단순히 경기 승리 이상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할 수 있다. 결실의 가장 큰 원동력이 선수와 코치진의 피나는 노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한국 양궁이 1984년 LA올림픽부터 이번 리우대회까지 금메달 2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와 여자 단체전 8연패라는 초유의 결과를 낳은 이면에는 양궁 발전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온 공고한 시스템이 있었다. 실력 이외 어떠한 것도 통하지 않는 선발 과정의 공정성은 그 핵심이다.

남녀 각각 참가자 120명 중 6명을 뽑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엄정하기로 유명하다. 6개월 여 동안 토너먼트, 리그전, 기록경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합을 갖는다. 다른 종목에선 선수의 이전 성적이나 이름값 등을 고려해 대표선수를 협회가 추천하는 경우가 있지만 양궁은 예외가 없다. 선발 당시의 기록이 유일한 잣대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대표팀 선수 가운데 이번에 재출전한 선수는 한 명뿐이다. 오죽하면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보다 국내 선발전이 더 힘들다고 할 정도다. 선발의 공정성은 협회 운영의 투명성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협회장을 맡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져 오늘의 열매를 맺게 됐다.

한국 양궁은 공정한 경쟁이 얼마나 탁월한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였다. 실력보다는 특혜와 편법에 기대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곳곳에서 확인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학연, 지연, 혈연을 바탕으로 파벌을 조성해 특권을 누리거나 관피아 정피아는 물론 전관예우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는 행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 양궁의 교훈을 우리 사회가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나아가 그 의미를 각 부문에 확산시켜 선순환의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