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은 303호, 등기부엔 302호… 보증금 떼였다면 법원 “중개업자 40% 배상 책임”

입력 2016-08-15 18:24
현관문에 표시된 ‘303호’ 글씨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설명을 듣고 계약한 집이 법적(法的)으로 ‘302호’라서 보증금을 떼이게 됐다면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중개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권리 관계 등을 정확히 확인·설명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임수희 판사는 세입자 박모씨가 중개업자 이모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씨와 협회는 각각 3800만원을 박씨에게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박씨는 2011년 3월 이씨를 통해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303호를 전세보증금 9500만원에 계약했다. 현관에 적힌 ‘303호’라는 글씨와 이씨의 안내에 따라 임대차 계약서 작성, 전입신고를 모두 303호로 했다. 확정일자도 303호로 받았다.

하지만 박씨가 계약한 집은 실제로는 ‘302호’였다. 건축물대장·부동산등기부상 표시와 현관문에 적힌 호실(號室)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등기부상 303호는 박씨가 계약한 집의 맞은편 집이었다. 박씨는 3년 뒤 등기부상 303호가 공매에 넘어가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는 303호의 실거주자가 아니란 이유로 배당을 받지 못했고, 보증금을 날릴 처지에 놓이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임 판사는 “이씨는 건축물대장·등기부상 표시와 현관문 표시가 다른데도 이를 간과한 채 부동산을 중개했다”며 “이씨는 박씨가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계약 당사자인 박씨도 부동산 현황을 스스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이씨 등의 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