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病 어떻게 고칠지 대통령 처방이 애매하다

입력 2016-08-15 18:58
모든 병에는 원인이 있다. 그리고 정확한 진단이 내려져야 처방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빠지거나 틀려도 병을 고치긴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한국병(病)에 대해 진단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 법을 불신하고 경시하는 풍조 속에 떼법 문화가 만연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신과 불타협,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들로 사회를 혼란시키는 일도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다수의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대목을 짚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진단은 일단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연설엔 병의 원인이 빠졌다. 왜 ‘헬조선’이라는 말이 젊은 세대에 광범위하게 퍼졌는지, 왜 국민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분노하는지 등에 관한 설명이 없다. 대신 대통령은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며 “모두가 스스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서로 나누며 이겨내는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도약 핵심 과제로 신산업 창출과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 없는 처방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무엇보다 누가 공동체 대한민국을 병들게 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무슨 게이트가 터졌다 하면 힘깨나 쓴다는 부류들이 빠짐없이 얽혀 있다. 전직 검사장에 검사, 판사, 변호사, 기업인, 의사까지. 또한 고위 공무원과 재벌의 불법과 탈법은 꾸준히 되풀이되고 있다. 이들의 범죄는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우유와 빵을 훔쳐 먹는 것과는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금배지 특권도 모자라 자식에게 인턴 특혜까지 주는 국회의원이 있는 한 헬조선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 파괴범을 적시하지 않고 구성원 모두에게 병의 원인이 있는 것처럼 전가해서는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없다. 이날 대통령이 온갖 일탈을 저질러온 기득권층을 질타하고 철저한 반성을 촉구했다면 큰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어렵거나 멀리 있지 않다. 정계, 재계, 관계 등의 고위직부터 가진 것을 내려놓으면 된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여야 지도부의 공언대로 입법화하고 공직자들의 불법은 김영란법을 적용해 일벌백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득권층이 솔선수범하고 그 다음에 국민들에게 내려놓기를 요구해야 설득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