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세 오르는데… 미끄러지는 국내 금값 왜

입력 2016-08-15 18:44 수정 2016-08-15 20:57

다음 달 결혼하는 서울 강동구 김모(26·여)씨는 요즘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금값 동향을 자주 살펴본다. 지난 6월 중순 예비신랑과 종로구 한 금은방에서 금으로 된 커플반지를 샀는데 며칠 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금값이 치솟았다. 때맞춰 예물을 잘 마련했다며 안도한 것도 잠시 웬일인지 국내 금값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렉시트 뒤에도 고공행진하는 국제 시세와는 딴판이다.

국내 금 시세는 지난달 11일 g당 5만1301.11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이달 들어 4만7000원대와 5만원 사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국제 흐름과 반대다. 똑같은 금인데도 국내에선 약세인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금값이 폭등한 6월24일 이후 지난 10일까지 국제 금 시세는 달러화 기준으로 약 1.84% 올랐는데, 같은 기간 원화는 6.73%나 뛰었다. 금값을 원화로 환산하면 값이 오히려 내려간다. 한국거래소 김영 일반시장상품부장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국내 주가가 올라가면서 금 가격은 상대적으로 소강상태”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금이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 요인이 남아 있어 금에 더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나금융투자 김훈길 연구원은 “올해 초 금값이 상승한 이유는 금값이 너무 쌌기 때문”이라며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경우 금 가격은 현재 수준에서 10% 이상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큰손들도 현금성 자산을 금으로 대체하고 있다.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손동현 연구원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곤두박질치면서 이를 금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소 김영 부장은 “위험자산인 주식 상승세가 가라앉으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시장에 돈이 몰릴 것”이라며 “이미 같은 안전자산인 부동산이나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변수도 금 시세 전망을 낙관하게 만든다. 지난 6월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 1823t은 외환보유고의 2.3%로 60∼70%인 선진국보다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저금리 상황에서 앞으로 금을 집중 매입하면서 금값 상승에 일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서태종 연구원은 “2014년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자 각 은행 외환보유고가 감소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