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라동철] 청년수당 논란의 함의

입력 2016-08-15 19:06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둘러싼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갈등은 우리 사회에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는 사회 진입을 앞뒀거나 갓 진입한 청년층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다. 요즘 청년세대는 부모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요롭게 자랐지만 나름의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고 사회양극화가 심화·고착화되어 가면서 우리 청년들은 ‘N포 세대’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까지 얻었다. 금수저나 은수저를 물고 나오지 않았다면 제때 취업을 못하고 이로 인해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연애, 결혼, 출산, 집 장만, 인간관계 등 부모세대가 누렸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세대들이다.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이런 청년세대의 사회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 중의 하나라고 서울시는 말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이 정책에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치행태)이란 딱지를 붙였다. 청년들의 복지의존도를 심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중앙정부가 견강부회(牽强附會)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년들의 삶이 절박하고 그들과 수년간의 논의를 거쳐 가용할 수 있는 재원 범위 안에서 마련한 시범사업인데도 정부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수개월 동안 협의했고 그 과정에서 복지부의 요구를 제도에 반영했는데도 뒤늦게 사업 직권취소 카드를 빼내 든 것은 중앙정부의 우월적 권한을 내세운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중앙정부의 직권취소가 지방자치권에 대한 훼손인가 하는 점이다.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을 근거로 청년활동지원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 법 제26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시 중앙정부(복지부 장관)와 협의하도록 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시행하면 해당 사업비만큼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채찍’도 마련했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협의’를 사실상 ‘승인’ 절차로 악용하고 있다는 논란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회보장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의무로 중앙정부가 시행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청년활동지원사업 직권취소는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는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한 것도 아니고 씀씀이를 아껴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시행하려 하는데도 사업을 막고 나서는 것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이번 주 내로 대법원에 복지부의 직권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결국 대법원에서 사업 시행의 가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문제는 사법부의 판단에만 맡겨 둘 일은 아니다.

청년문제는 그동안 중앙·지방정부 정책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던 영역이었다. 청년들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가 될 수 있는 존재이고, 미래의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세대다.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이 필요한 것처럼 청년들에게도 청년수당이 필요하다. 국회와 학계, 중앙·지방정부 등 사회 각계에서 좀 더 치열한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