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의 일터-김윤희] 하나님의 이름을 녹여내는 방법들

입력 2016-08-15 20:27

사람들은 일터에서 기독교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 성경을 직장의 책상 위에 꽂아 놓는 것, 음악이 필요하면 복음성가를 틀어주는 것,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큐티를 하는 것, 주일에는 절대 직장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고 순교적으로 말하는 것, 사장이 기독교인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씩 예배를 보도록 직원들에게 은근히 강요하는 것 등이다. 다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기독교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는 전부일까. 그렇다면 기독교가 너무 단순해져 버린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좀 더 폭넓은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페르시아 초대 왕 고레스는 자신의 즉위 원년에 조서를 발표해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귀환해 성전을 건축하도록 허락한다. 그의 종교자유 유화정책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으로 행한 것이지만 성경은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을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게 하시려고…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스 1:1)라고 지적한다.

이 사건은 오늘날 일터에서 믿지 않는 사람들의 결정, 경험, 자원, 정책들과 협조 등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얼마든지 역사하실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우리의 상사, 동료, 경쟁자, 고객, 바이어, 거래처 직원 등 무수한 사람들의 행동은 우리가 다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얼마 전 한 방송에 ‘더 나은 나+더 나은 당신=더 나은 우리(Better Me+Better You=Better Us)’를 신념으로 하는 미국의 넥스트 점프(Next Jump)라는 회사가 소개됐다. 종교적 색채를 전혀 띠지 않았지만 회사의 이념과 ‘사람’ 중심의 경영모토는 세상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보아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버드대는 이 회사를 인재를 키우는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했다. 성장률도 높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회사로 꼽힌다.

우리의 일터에서도 이 같은 창의적 발상이 스며 나오기 바란다.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의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누가 봐도 ‘하나님의 지문’이 여기저기 묻어 있다. 어떤 책보다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과 함께하심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일터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직접 표방하진 않지만 일 속에 기독교 가치들을 녹여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소금의 역할로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것이 아닐까.

김윤희< FWIA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