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38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됐지만 축제를 막을 순 없었다. 국내 최대 규모 록 페스티벌인 ‘2016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펜타포트)은 엄청난 무더위에서도 8만6000명의 관객을 모으며 3일 동안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을 달궜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에서도 음악이 나오면 관객들은 뛰었고, 흥겨운 표정으로 축제를 즐겼다. 더위 따위 문제되지 않았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핫한 헤드라이너는 영국의 모던록 밴드 스웨이드(Suede)였다. 축제 첫째날인 지난 12일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 스웨이드는 록 밴드의 퍼포먼스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보여줬다. 공연 초반에 전자기타 사운드에 문제가 생겼지만 1989년 결성된 이 관록의 밴드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운드의 핸디캡은 관객을 끌어 모으는 강력한 퍼포먼스로 금세 극복됐다. 스웨이드는 무더위에도 긴 셔츠를 입고 단추를 풀어헤친 채 무대와 관객 사이를 휘저었다. 50대 미중년으로 여성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보컬 브렛 앤더슨은 땀에 흠뻑 젖은 셔츠 차림으로 관객석으로 뛰어들었다. 관객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며 공연을 이끌었다.
브렛 앤더슨은 공연 중 “사랑해요” “고마워요”라고 우리 말로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의 주머니에 ‘sarangheyo(사랑해요)’라고 적힌 쪽지가 비죽 나온 사진이 공연 이후 SNS 등에서 퍼져나가기도 했다. 스웨이드는 2011년, 2013년에 이어 3번째 내한 공연을 펼쳤고, 한국 팬들의 열정에 반한 세계적인 록 밴드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둘째날 헤드라이너 위저(Weezer)도 한국을 사랑하는 록 밴드 중 하나로 꼽힌다. 2002년 이후 종종 한국을 찾았고, 한국 음식과 음악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위저는 올해 펜타포트에서도 우리나라 가요를 부르겠다고 예고했었다. 위저가 선택한 곡은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였다. 2013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출연 당시 앙코르곡으로 불러 화제가 됐었는데, 이번엔 더 정확해진 발음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 펜타포트에서는 김광석 20주기를 추모하는 공연도 진행됐다. 동물원 멤버 김창기, 피터팬컴플렉스, 위아더나잇 등이 무대에 올라 김광석의 명곡들을 부르며 20주기를 기렸다. 국내 밴드 중에는 넬, 갤럭시익스프레스, 10센치, 데이브레이크, 칵스, 정준일 등이 함께 했다.
지독한 더위 탓에 예상 관객 수 10만명에는 미치지 못 했다. 하지만 9만명 가까이 축제 현장을 찾았고,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 단위 관객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14일 오후 초등학생 두 아이를 데리고 부부가 함께 펜타포트를 찾았다는 최현주(38·여)씨는 “워낙 음악 축제를 좋아하는데다 집 근처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왔다”며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공연도 보고, 아이들은 잔디에서 맘껏 뛰놀 수 있어서 덥지만 기꺼이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펜타포트는 올해 영국 음악전문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 유명 페스티벌 50’에서 8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음악 축제 중에는 유일하다. 관록의 축제답게 진행은 매끄러운 편이었고 현장 곳곳에 먹거리와 놀거리가 풍성했다.
3일권을 끊고 축제를 즐긴 박정빈(25)씨는 “공연 보고 소리치고 더우면 맥주를 마시면서 땡볕에서 ‘이열치열’ 피서를 즐겼다”며 “최고 수준의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게 록페스티벌을 끊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인천=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리뷰-‘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8만6000 관객, 38도 넘나드는 폭염까지 즐겼다
입력 2016-08-16 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