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광복 71주년을 맞았지만 한반도는 경색된 남북 관계로 분단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주변 강대국들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은 양상만 달라졌을 뿐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형국이라는 지적이 높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14일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논란은 서막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을 활용해 몸값을 올리려는 북한과 미국과 밀착관계를 통해 영향력 확대에 나선 일본, 중국과 전략적 연대를 통해 국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러시아 사이에서 자칫 한국은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태 지역을 둘러싼 미·중의 첨예한 대립은 사드와 남중국 논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고조되고 있는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반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상 중국에는 군사적으로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사드 배치가 현 아·태 지역에서 미·중 간 군사력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은 아시아회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이 항공모함을 기반으로 중국에 근접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태평양상 섬들을 거점으로 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정책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이 정책을 저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은 명분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회귀 정책을 채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세력 확장을 제어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이 자위대를 강화하고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보관련법을 강행 처리하는 데는 미국의 암묵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역시 이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정보 교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북한은 한국의 딜레마를 교묘하게 이용하며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뒤 군사적 도발을 지속해 왔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남북관계의 경색을 몰고 왔다. 북한은 남한과 대화의 문은 꽁꽁 걸어 잠갔지만 중국과 미국에는 끊임없는 대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을 배제하고 미·중과 직거래를 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이후 중국이 북·중 무역관계를 일부 개선한 건 이를 방증한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현재 한반도 주변 상황은 70여년 전과 다를 바 없이 강대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이슈분석] 미·중 선택 강요받는 한반도, 독자적 길 찾아야
입력 2016-08-15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