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울린 예산전쟁… 추경 연계 ‘누리과정’ 최대 쟁점

입력 2016-08-15 04:02

예산 시즌이 돌아왔다. 특히 올해는 추가경정예산과 본예산 심사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면서 여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전쟁이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예산안은 기본적으로 총지출 400조원 돌파 여부 등 ‘숫자’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올해는 숫자들 이면에 몇 가지 숨겨진 쟁점이 있다.

누리과정, 추경과 본예산 연계?

정부와 시·도 교육청은 매년 예산철만 되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추경 편성 때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과 세수입으로 추경을 편성하면서 자동으로 세수의 20%가량인 1조9000억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시·도 교육청에 보낼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누리과정 재원 보강용으로 생각하고 있고, 시·도 교육청은 지방채 상환 등 다른 용도로 쓰겠다며 누리과정 예산 재원을 따로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도 본예산 편성을 두고도 양측의 상반된 입장은 동일하다.

그러나 추경과 본예산 논의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져 누리과정 예산 편성도 이에 연계되면서 오히려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추경안을 오는 22일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대신 내년 누리과정 예산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이를 이뤄냈다. 새누리당마저 누리과정 논란으로 본예산 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기획재정부에 주문했다. 하루빨리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한 정부로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향후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심사과정에서 정부가 여야의 공세에 예년보다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전망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 쪽지예산 없앨까

쪽지예산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예비심사 과정에서 없던 항목이 예산결산위원회 심사에서 불쑥 나타나 최종 확정되는 사업을 말한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실세 의원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편성돼 비판이 일지만 해마다 수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가량이 쪽지예산으로 편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달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쪽지예산이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권익위원회는 법에 금지한 부정청탁 행위 14가지에는 예산·심의 편성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쪽지예산이 특정개인이나 단체, 법인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면 부정청탁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정치권과 예산 당국은 공통적으로 쪽지예산이 근절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14일 “쪽지예산은 카톡이나 문자로 해 흔적이 쉽게 남지 않는다”면서 “예전처럼 쪽지예산을 따냈다고 지역구에 대놓고 홍보할 수는 없겠지만 관행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당국도 쪽지예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원들이 상임위 예비심사 보고서에 모든 사업을 다 넣으려 하기 때문에 상임위 심사 보고서만 두꺼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일호, 재정건전성 소신은?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재정·조세 전문가답게 올 1월 취임 때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친 전임 최경환 부총리와 다른 색깔을 낼 것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구조조정 악재 등이 터지면서 최 부총리와 닮은꼴이 돼가고 있다. 그렇다고 최 전 부총리와 같은 ‘슈퍼예산’을 짤 여건은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은 지난해보다 3% 후반대가 증가한 400조원대 초반의 ‘무난한’ 예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종=이성규 유성열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