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소비자, 車값 ‘다운’ 기대… 업계 “독이냐 득이냐” 촉각

입력 2016-08-15 04:05
14일 중국 자동차 온라인 판매 사이트인 이처왕에서 재규어XE 2.0T R-SPORT 200PS가 판매되고 있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지정가 39만8000위안보다 평균 6만1400위안을 절약할 수 있다. 예약금은 99위안이다. 이처왕 홈페이지(www.bitauto.com) 캡처
소셜커머스 티몬이 수입차 브랜드 재규어를 시가보다 700만원 싸게 내놓으면서 시작된 티몬-재규어 사태는 허술한 거래 계약 탓에 벌어진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당초 “온라인 신차 판매의 물꼬를 텄다”며 조명을 받은 이 사태는 국내 온라인 매매 활성화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상당 품목의 온라인 거래가 활발한 상황에서 자동차만 예외일 수 없다는 정서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티몬-재규어 사태는 온라인 신차 판매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시장 여건 충분하고 소비자 기대 높아

현재 국내 시장 여건만 놓고 보면 온라인으로 신차를 파는 데 문제는 없다. 온라인 상거래 기반이 탄탄하고 온라인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티몬-재규어 사태 이전까지 사례가 없었던 이유는 자동차가 비싼 만큼 무턱대고 살 수 없는 상품이라는 특성에 있다.

과거엔 차량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구매를 꺼렸다. 성능이 불완전하고 차종마다 편차도 커서 스스로 만지고 타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성능이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까지 올라간 데다 인터넷 후기 등 참고할 수 있는 정보도 많다. 여러 매장에서 차를 확인하고 시승해볼 기회도 늘었다. 온라인으로 믿고 사도 될 만한 여건이 된 셈이다.

온라인 구매의 장점은 단연 매력적인 가격이다. 티몬 역시 재규어를 염가에 내놔 단시간에 완판을 기록했다. 온라인 판매가 늘면 오프라인에까지 도미노식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로선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예전보다 거품이 빠진 가격에 차를 살 수 있게 된다.

중국선 이미 온라인 판매 활발

중국에서는 자동차 판매 중개 사이트 이처왕(易車網)을 비롯해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이 신차를 판매한다. 가장 선도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처왕은 차종별로 중국 내 거래가격과 인터넷 최저가 등 한눈에 비교 가능한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재규어XE 2017 2.0T는 평균가(약 39만8000위안)의 15.4%인 6만1400위안(약 1020만원)이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예약금은 99위안(1만6000원)만 걸면 된다.

이처왕의 최대 주주인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에서는 아우디 BMW 등 고가 외제차는 물론 현대·기아차도 살 수 있다. BMW 기종은 선불금 399위안(약 6만원)을 내면 구매 시 4000위안 상당의 선물을 제공한다. 지난해 8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알리바바는 선불금을 내면 차값을 할인해주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13년부터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미국 전체 지역 딜러들이 참여하는 이 사이트는 거주 지역을 누르면 인근 딜러와 연결해준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테슬라 등도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자동차를 팔고 있다.

딜러들의 반발, 수익성 저하가 장애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려면 기존 오프라인 판매자들의 저항을 감수해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4일 “폭스바겐의 경우 딜러사가 16곳, 영업사원은 많게는 2만명이라는데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하면 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가 확산되면 자동차도 매장에서 성능 등을 확인하고 같은 제품을 온라인으로 싸게 사는 식으로 전자제품 구매 패턴을 쫓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딜러사는 돈을 들여 매장을 운영하며 ‘남 좋은 일’만 하는 꼴이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티몬-재규어 사례에서도 해당 차종을 한 번도 구경하지 않은 사람이 사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

온라인에서 많이 팔린다고 제조사나 수입사가 기뻐할 수만도 없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데다 싸게 내주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져 딜러들 간에 불만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여부는 브랜드 이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당장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지는 못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기호 추세를 인정하고 오프라인 판매망의 강점을 이용해 온라인 상거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거품을 없애는 동시에 온라인에서 해주기 힘든 전문 상담과 영업사원 직접 인도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면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강창욱 허경구 기자 kcw@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