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한 발, 하나님께 맡기라 했다”

입력 2016-08-14 21:08
14일 경기도 용인 처인구 산위의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린 성도들이 장혜진의 올림픽 2관왕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김보연 인턴기자
아버지 장병일 집사(왼쪽)와 작은아버지 장병창 목사가 스마트폰 속 장혜진의 사진 위에 하트를 그리며 활짝 웃고 있다. 용인=김보연 인턴기자
“1∼2초 남짓한 혜진이의 기도 세리머니 장면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어제 오늘도 몇 번이나 보고 또 보면서 눈물 흘렸습니다.”

경기도 용인 처인구 산위의교회(장병창 목사)에서 14일 만난 장혜진(29·LH) 선수의 아버지 장병일(52) 집사는 세계 정상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딸의 모습에 대한 감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장 집사는 장혜진이 브라질로 출국하기 하루 전 태릉선수촌을 찾아가 차 안에서 손을 잡고 기도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부담이 될까 싶어 결과에 상관없이 마지막 한 발까지 최선만 다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 집사는 합숙 때문에 자주 볼 수 없는 딸과 문자 메시지로 신앙의 교제를 이어왔다고 했다. 그가 보여 준 휴대폰 문자창에는 그동안 딸에게 보냈던 수백 개의 성경구절이 줄을 이었다. 장혜진은 아버지로부터 말씀 문자를 받을 때마다 ‘할렐루야’ ‘아멘’ 등으로 화답했다.

네 딸 중 장녀인 장혜진이 초등학교 4학년이던 시절 이혼의 아픔을 겪은 장 집사는 “양궁에 더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 짠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혜진이가 훈련과 대회 출전만으로도 고됐을 텐데 학창시절부터 알뜰살뜰하게 아빠와 여동생들을 챙겼다”며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훌륭하게 성장해 준 딸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할아버지 장욱덕(78·의성 다인교회) 집사와 할머니 박영자(74) 권사는 장혜진의 유년 시절을 기도의 힘으로 붙들어 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장 집사는 “초등학교 시절 혜진이가 대구로 이사한 뒤에도 매주 주말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과수원 일을 돕기 위해 의성을 찾았다”며 “그때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시던 모습이 생각나 인터뷰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께 감사를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메달로 ‘대기만성형 선수’란 타이틀을 얻은 장혜진이지만 아버지에겐 런던올림픽 대표선발전, 지난해 프레올림픽 등 기회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순간들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 듯했다. 아쉬움 때문이 아니었다. 장 집사는 “탈락의 순간마다 ‘하나님께서 더 크게 쓰실 것’이라고 토닥였었다”며 “그 시절이 있었기에 실력도 신앙도 오늘만큼 성장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장혜진은 선수생활을 위해 상경한 뒤부터 아버지와 함께 산위의교회에 출석했다. 12일 새벽 브라질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전의 기도응원전이 펼쳐졌던 곳이자 작은 아버지인 장병창 목사의 사역지이다.

14일 주일예배 강단에 선 장 목사는 “금메달 따는 것이 능력이 아니고 주님의 이름을 외치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능력”이라며 “브라질로 떠날 때 혜진이에게 ‘한 발 한 발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라’고 얘기해 줬는데 주님께서 매 순간 믿음의 능력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예배가 끝나자 성도들이 장 집사에게 거듭 축하인사를 전했다. 15명 남짓 모인 작은 예배 처소였지만 장 집사의 표정엔 전 국민의 축하를 받는 듯한 기쁨이 엿보였다. 함박웃음을 짓는 그에게 딸과 함께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아이고 그동안 흘린 땀이 수십 바가지일 텐데 좀 쉬게 해줘야죠. 올 초에 같이 예배드리곤 계속 주일을 따로 보냈는데 예배당 옆자리에서 꼭 같이 예배드리고 싶네요.”

용인=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