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쓴 ‘효자’들] 유도, 우물안 개구리 전략에… 노골드 충격

입력 2016-08-14 18:15
한국 유도 국가대표 안바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 2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유도 66㎏급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바실리 파비오에게 한판패를 당한 뒤 고개를 숙이고 아쉬워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진정으로 경기와 승부를 즐기는 자만이 웃을 수 있다. 중압감의 포로가 되면 가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유도와 여자 핸드볼은 성적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근래 들어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즐기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강도 높은 훈련과 투혼만 앞세워선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한다. 새로운 훈련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유도는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맥을 뚫었다. 유도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한 1964 도쿄올림픽으로부터 20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유도는 이후부터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노골드’로 끝났던 2000 시드니올림픽을 제외하고 나머지 7차례 대회에서 1∼2개의 금메달을 차곡차곡 수확했다.

하지만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유도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여자 78㎏ 이상급 동메달 결정전B에서 중국의 유송(30)에게 한판패를 당한 김민정(28)을 마지막으로 12명의 출전선수가 모든 경기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 올림픽에서 처음 금맥을 뚫고 32년 만에 받은 최악의 성적표다. 시드니올림픽에서도 금메달만 없었을 뿐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모두 5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전략의 실패였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기량이 좋은 일본 선수들과의 초반 승부를 피하기 위해 톱시드를 노리고 세계랭킹에 집중했다. 일본 선수를 메달권에서 만나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었다.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발목을 잡은 것은 러시아나 벨기에와 같은 유럽 선수들이었다.

세계랭킹을 올리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노출한 전략이 문제였다. 유럽은 미리 간파한 한국 선수들의 기술을 차단하면서 약점만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힘에서 밀리고 기술까지 쓸 수 없었던 한국은 32강이나 16강에서 추풍낙엽처럼 탈락했다.

선수층을 두텁게 형성하지 않고 체급별로 1명씩 선수를 집중 육성한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세계랭킹 1위는 4명이나 만들었지만 경쟁력은 떨어졌다. 결국 모두 저변의 문제였다. 선수가 강압적인 훈련에 시달리면서도 부상조차 알리지 않게 만든 한국유도의 고질적인 육성방법도 실패원인 중 하나다.

한국유도는 리우올림픽에서 적어도 2개, 많게는 4개까지 금메달을 바라봤다. 금메달 3개만 손에 넣어도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김원진(24·남자 60㎏급) 안바울(22·남자 66㎏급) 안창림(22·남자 73㎏급) 곽동한(24·남자 90㎏급)은 세계랭킹 1위, 김잔디(25·여자 57㎏급)는 2위다. 톱랭커만 5명을 보유한 만큼 불가능한 도전은 아닐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안바울의 은메달, 곽동한의 동메달로 체면을 겨우 지켰을 뿐 나머지 톱랭커 3명은 모두 조기 탈락했다. 세계 8위 정보경(25)의 여자 48㎏급 깜짝 은메달은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