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지하경제 양성화 무관”

입력 2016-08-14 18:45
화폐 단위를 변경하는 이른바 ‘리디노미네이션’이 지하경제 양성화와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통화의 액면을 동일한 비율로 낮추는 것인데, 예를 들면 ‘1000원=1환’으로 일시에 변경하는 것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원은 역대 한국의 화폐개혁 사례를 분석해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더라도 과거 화폐의 강제 예금유치와 같은 조처가 없다면 장롱 속 현금을 끄집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오히려 현금 부피만 1000분의 1로 줄어 보관이 용이해지므로 지하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박 연구원은 세계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1953년 이승만정권의 화폐개혁은 성공했으며 62년 박정희 군사정권의 화폐개혁은 실패로 규정했다. 1차 화폐개혁은 100원을 1환으로 바꿨는데, 시장에서 통용되던 북한의 인민폐 및 중국 돈을 모두 없애고 전쟁 인플레이션도 잡는 효과를 냈다.

핵심은 구권을 모두 교환해 주지 않고 생활비 500환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만기 1∼3년의 특별 정기예금 또는 국채예금으로 강제 전환하는 조처였다. 금융 거래가 난마처럼 얽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선 꿈꿀 수 없는 조처다. 반면 62년의 2차 화폐개혁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중심으로 강제 예금조처에 대한 반발이 나오며 한 달 만에 예금 규제가 풀리면서 지하자금 양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 연구원은 “화폐 교환 때 누가 얼마를 바꾸는지 일일이 확인한 뒤 세무조사에 활용할 수는 있으나 바람직하거나 세련된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