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의 테러나 납치 위험을 무릅쓰고 분쟁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전쟁 관광객(war tourist)’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주를 여행하던 미국·유럽인 관광객 일행이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7명이 다쳤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SNS에서 논란이 일었다. 왜 저 사람들은 자국 대사관의 여행금지 경고를 무시하고 여행에 나섰느냐는 비난이었다.
AFP통신은 이런 여행객을 ‘스릴을 찾아다니는 사람(thrill-seeker)’이라고 표현했다. 북한과 소말리아에 이어 지난 6월 아프간을 다녀온 미국인 존 밀턴(46)은 “분쟁지역을 여행하면 평범한 관광지를 갈 때보다 얻는 게 많다”면서 “특이한 걸 감수할 의지가 없다면 그냥 평범한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인 배낭여행자 조니 블레어(36)도 “아프간의 한 사원에서 아이들과 축구했던 기억, 밤에 물담배 피우고 차 마시던 기억이 남아 있다”며 “위험을 감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일본인 후지모토 도시후미는 단조로운 일상에 염증을 느껴 예멘과 시리아를 다녀오기도 했다.
험지 관광 전문 여행사인 영국 ‘언테임드 보더스(Untamed Borders·위험한 국경)’의 제임스 윌콕스 대표는 “사람들은 그곳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다면적이고 복잡한 장소를 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분쟁지역 국가에선 이런 관광객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아프간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2만명이 수도 카불을 방문했다”며 “경제가 어려운 때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중요한 수입원”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특별한 경험 즐긴다지만… 분쟁지역 ‘전쟁관광’ 논란
입력 2016-08-15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