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단체전 8강을 보기 위해 13일(한국시간) 리우센트로 파빌리온3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한국은 8강에서 난적 싱가포르와 만났습니다. 경기는 3시간을 훌쩍 넘기는 혈투가 펼쳐졌습니다.
맨 처음 나선 서효원(29·렛츠런파크)이 세계랭킹 4위 펑톈웨이에게 세트스코어 0대 3으로 완패했지만 그다음 2단식 주자로 나선 전지희(24·포스코에너지)가 위멍위를 제압하고 1-1을 만들었습니다. 좋은 기세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양하은(22·대한항공)과 전지희가 나선 복식에서도 게임을 가져가 2-1 역전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4단식에서 서효원이 저우이한에게 무릎을 꿇었고, 양하은도 상대 에이스 펑톈웨이에게 분전 끝에 져 그대로 승리를 싱가포르에 내줬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믹스트존을 향했습니다. 풀이 죽은 한국 선수들이 나왔는데 맏언니인 서효원의 얼굴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서효원은 소감을 묻자 “내가 내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라고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또 “후배들은 잘했는데 내가 긴장해서… 제 플레이를 다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수건으로 한동안 얼굴을 감싸고 울었습니다. 옆에 있던 양하은도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양하은은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점수를 허용했어요.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저희가 좀 부족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중국 출신으로 올림픽 출전을 위해 귀화한 전지희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더군요. 굳은 표정으로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것은 다한 것 같아요”라며 실력 차를 인정했습니다. 선수들의 풀 죽은 모습에 저도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잘 싸웠습니다. 사실 한국 여자탁구팀은 메달을 기대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 10위에 드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전지희가 11위, 서효원이 18위, 양하은이 24위입니다. 하지만 투혼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서효원은 팔꿈치와 발목 부상을 무릅쓰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경기는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세계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정말 잘한 겁니다.
막내 양하은은 인터뷰 말미에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진 것은 잊고, 잘했던 것만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지금처럼만 잘하면 4년 후 도쿄올림픽에선 환히 웃을 수 있을 겁니다. ‘울지 말아요. 한국 여자탁구 선수들….’
리우데자네이루=모규엽 기자
[모규엽 기자의 굿모닝 리우!] 맏언니는 죄책감에 눈물을 쏟았다
입력 2016-08-14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