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탈이념 행보로 ‘수권정당’ 앞으로?

입력 2016-08-14 17:55 수정 2016-08-14 21:21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13일 앞두고 뜨거운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강령 전문(前文)에서 ‘노동자’ 문구를 빼면서 당내 반발이 불거졌고, 시·도당위원장 선거 8곳 중 7곳을 원외 인사가 석권하는 등 이상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김종인식’ 수권전략과 ‘야성(野性)’ 사이 당내 파열음이 나는 상황에서 차기 당대표 역시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될 전망이다.

뜨거운 정체성 논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의 강령 개정을 두고 강성 노조 등 노동단체와 거리를 두기 위한 게 아니냐는 당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도보수 지향의 외연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단순한 ‘문구 삭제’ 차원이 아닌 당의 근본적인 정체성 변화를 예고하는 분위기가 많다.

전준위 측도 정책적 차원이 아닌 시대적 변화에 따른 개념·사상적 변화임을 내비치고 있다. 전준위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토론 과정에서 ‘노동자’ 문구가 계층·계급적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라며 “그래서 전문에선 포괄적으로 쓰고, 별도로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강하게 규정해 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균형외교, 튼튼한 안보, 경제민주화, 노동 등 각 부문을 강화해 더민주가 수권정당이자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를 강령정책에 넣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당 주요 지지층인 노동자층의 ‘시각적 배제’는 당대표 후보들의 반대 성명 등 당내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주 의원은 15일 반대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강령 개정안은 당 비대위·당무위 논의 후 변경 여부를 결정해 전당대회에서 확정된다.

정체성 논란은 시·도당위원장 선거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제주 부산 울산 대구 광주 경남 경북 전북 등 8곳 선거에서 최인호 의원이 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된 부산을 제외하고 7곳에서 원외 인사가 당선됐다. 지역 풀뿌리 조직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역 프리미엄을 꺾고 원외 인사가 석권한 것은 이변으로 꼽힌다. 특히 경북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친문(문재인) 주류 인사인 김현권(비례대표 6번) 의원이 현 오중기 위원장에게 탈락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대표 예비경선 컷오프를 통과한 김상곤 후보까지 포함하면 지도부 선거에서 원외 인사가 약진하고 있는 셈이다.

김부겸 의원은 경북도당 선거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대의원이 간단치 않은 분들이다. 전략적 판단을 많이 할 것”이라며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도, 당 외연 확장을 위한 것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金心 대 文心

정체성 논란에 대해 한 유력 당권주자 측은 통화에서 “현재 당내 주류는 문심(文心)이 아니라 김심(金心)”이라고 평가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취임 이후 보인 경제민주화 및 안보 강화, 탈(脫)이념적 행보를 높게 평가하는 당내 인사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당장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논란을 두고도 당 밑바닥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눈에 띄는 반발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책임 정당’ 모습이 중요하다는 지도부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당대표 후보들 역시 문재인 전 대표 못지않게 김 대표에게도 구애하고 있어 전대 이후에도 논란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