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의 상반기 대출 증가액이 34조890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빚 버블붕괴 우려로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 여신 심사가 강화되자 저신용자들이 고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으로 대출 방향을 돌린 탓이다. 대출 성격도 부동산 구입용 가계부채가 아니라 부동산을 담보로 한 생계형 대출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계부채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 에코스를 보면 2016년 6월 말 기준 비은행기관의 여신 잔액은 671조6752억원으로 지난해 12월 636조7843억원보다 34조8909억원 증가했다. 상반기에만 35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인데, 이는 관련 통계가 마련된 1993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역대 두 번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온 2008년 상반기였고, 증가액은 33조원 정도였다. 지난해 하반기는 24조원, 지난해 상반기는 29조원 넘게 대출액이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6월 말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반 년 만에 3조원 넘게 늘었다.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역시 각각 4조원과 6조원 넘는 증가액을 기록했다. 6월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15.04%였다. 신협(4.55%) 새마을금고(3.85%)의 금리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은행 집단대출뿐만 아니라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예년 수준을 웃도는 빠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감독 당국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를 감수하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부동산을 담보로 생계비를 조달하는 사례가 많다”며 “규제를 강화하면 다시 제3금융권인 대부업계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부동산 안정화 조처와 함께 연금·복지시스템 개편과 일자리 문제를 풀어야 생계형 가계대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제2금융권 대출 상반기 35조 늘어… 역대 최고
입력 2016-08-14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