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예사롭지 않다. 이 문제가 어제오늘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중앙은행 총재가 수차례 공개 경고할 정도가 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심각성에 대해 여덟 번이나 언급했다. 신중한 성격의 이 총재가 이례적으로 잇따라 우려를 표명한 것은 사안이 간단치 않음을 의미한다. 특히 그가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감독 당국이 여러 조치를 내놨으나 가시화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 점은 정부 대책이 먹히지 않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그동안 가계부채를 ‘관리가능 수준’으로 봐왔던 이 총재가 작심하고 쓴소리를 한 것과 관련해 시장참여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총재의 지적대로 정부가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도입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비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671조675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4조8909억원(5.5%)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는 한은이 통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최대 규모다. 비은행금융기관에는 상호금융사,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의 규제로 은행 대출이 힘든 가계와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린 것이다. 한마디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데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부채의 질은 더 악화된 셈이다.
통화정책 운용과정에서 가계대출 억제와 경기 진작은 상충된다는 데 고민이 깊다. 그러나 정책의 성패는 타이밍과 판단에 달려 있다. 지금은 가계부채 관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때다. 가계부채가 통제되지 않으면 소비가 위축되고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당국이 대출자의 실제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DSR(총체적상환부담)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손보는 등 여러 방면에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보다 선제적으로 위험요인 관리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 대책이 늦을수록 효과가 반감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겠다.
[사설] 한은 총재의 가계부채 경고 엄중히 새겨야
입력 2016-08-14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