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복 71주년에 대한민국 생존의 길을 묻다

입력 2016-08-14 18:34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광복된 지 71년이 됐다. 대한제국은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다가 일본의 속국이 됐고 한민족은 35년간 온갖 고초를 겪었다. 6·25전쟁을 치렀고 1970년대 미·소 냉전 하에서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서서 발전해 왔다. IMF 사태와 금융위기 등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경제는 세계 13위권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은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신(新)냉전구도에 갇혀 버렸다는 비관적 시각까지 내놓고 있다. 다소 과장된 전망이 섞여 있다 하더라도 녹록지 않은 국내외 환경에 처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은 ‘자국 우선주의’의 기치를 그 어느 때보다 높이 들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무역과 안보 등에서 한국에 현재보다 많은 양보와 부담을 지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도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촉발된 중국과의 첨예한 갈등은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현실을 새삼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패권주의는 한·미동맹의 근간을 위협하는 수준에 달했다. 북한과의 관계 역시 최악이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수년째 지속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남북관계를 예전으로 되돌릴 수단이 존재할지조차 의문이다. 이처럼 한반도 안보지형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흐를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구한말 지도층이 열강의 힘을 쫓아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국권을 상실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작금은 내부 복병마저 도사리고 있다. 우선 현 정부의 외교안보 대처 능력을 신뢰할 수가 없다. 사드 문제 하나만 봐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배치 결정 전후 정부가 보인 대(對)국민, 대중국 접근 방식은 기본적인 전략이라는 게 있었나 싶을 정도다. 또한 한국도 내년에 대선 정국에 접어든다. 포퓰리즘 공약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맞물리게 되면 정치권과 정부는 중차대한 1년을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무엇이 한국에 중요한지, 무엇이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를 모두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논쟁은 치열하게 하되 분열돼서는 안 된다. 그 중심을 정부와 정치권의 지도자들이 잡아줘야 한다. 우리에게는 뼈아픈 역사의 교훈이 있다. 남 탓의 후과(後果)를 알고 있다. 일흔한 번째 광복절을 맞아 한국은 다시금 생존의 길을 모색할 상황에 놓여 있다.